[밀물썰물] 식인 상어 주의보?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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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쯤이었나. 부산 앞바다에서 포획된 식인 상어를 보고 시민들이 기겁했다. 몸길이 4m, 몸무게 700kg에 달하는 거대한 백상아리였다. 잡힌 그물 속에서도 함께 있던 물고기를 다 잡아먹는 포악한 모습이 당시 TV 전파를 타 화제가 됐다. 백상아리는 영화 ‘죠스’(1975)에 나왔던 바로 그놈과 같은 종류다. 백상아리가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힌 건 그때가 처음이라 많은 이들이 공포를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상어는 고생대부터 존재했는데 신생대 3기에 번성한 메갈로돈이 유명하다. 15~18m의 큰 덩치로 지구의 바다를 호령한,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포식자다. 현재 인간에게 해를 준다고 알려진 식인 상어로는 백상아리, 청상아리, 악상어, 흉상어, 귀상어, 뱀상어 등 33종이 꼽힌다. 한반도 근해에서도 식인 상어가 확인된 바 있으나 인명 피해는 지금까지 사망 6건, 부상 1건 정도다. 과거 서해안에서 간혹 보이던 식인 상어는 이제 남해안은 물론 동해안에도 곧잘 출몰한다. 이상 기온 때문이다. 원래 열대 지역에 분포하는 상어가 한반도 인근 해수 온도가 상승하자 점차 위로 올라오게 됐고 출현하는 해역도 넓어진 것이다.

최근 동해안에 잇따르는 식인 상어 소식이 이와 무관치 않다. 10일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청상아리가 잡혔고, 지난달 28일에는 울진 망양해수욕장 인근에서 악상어가 그물에 걸렸다. 비슷한 시기 강원도 삼척과 속초에서 악상어와 백상아리가 포획되기도 했다. 잡힌 것 말고 해경·어선 등에 의해 발견된 것까지 더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식인 상어의 등장이 더욱 잦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즈음 바닷가를 찾는 피서객들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상어들은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가장 활발히 움직인다고 한다. 이 시간대에 물놀이나 어업 활동을 삼가는 게 좋다.

그런데 상어의 이미지는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대부분 200m 이하 깊은 수심에서 서식하는 상어를 육지 가까운 수면에서 만날 가능성은 극히 작다. 상어에 의해 죽는 인간은 전 세계적으로 1년에 10명 정도다. 반면 인간에 의해 죽는 상어는 연간 1억 마리에 달한다. 샥스핀 요리 재료나 의약품·화장품 등의 원료로 쓰려는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이미 몇몇 대형 상어는 멸종 위기에 처했다. 상어는 비록 대중적 이미지가 나쁘지만 무차별 남획은 다른 문제다. 최상위 포식자의 절멸은 곧 해양 생태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이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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