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료는 현금만… 학교·졸업생 구시대적 수능 접수에 ‘답답’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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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4일부터 올해 시험 접수
물수능 기대 N수생 역대 최다 전망
졸업생 학교 방문 직접 납부 불편
학교도 거액 현찰 2주간 보관 부담
평가원 개선 촉구에도 ‘차일피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시험에서 졸업생에게는 응시료 현금 납부 방식을 고수해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에서 수능시험 응시원서 접수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시험에서 졸업생에게는 응시료 현금 납부 방식을 고수해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에서 수능시험 응시원서 접수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이른바 수능 킬러 문항(고난도 문항) 배제 원칙 발표 이후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N수생’(졸업생 중 수능 응시생)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능 응시료 납부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관행대로 졸업생에게는 현금 납부를 고수해 시대착오적인 수능 운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6일 평가원에 따르면 평가원은 올해 초 전국 시도 교육청에 수능 운영 관련 업무 매뉴얼을 배포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 응시하는 수험생의 응시료 납부 방식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현금 납부로 명시됐다. 응시료는 4개 영역 이하로 응시할 경우 3만 7000원, 5개 영역 4만 2000원, 6개 영역 4만 7000원이다. 재학생은 재학 중인 학교에서 스쿨뱅킹 등으로 계좌이체할 수 있지만, 졸업생은 졸업한 학교를 방문해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수능 응시 접수는 다음 달 24일부터 9월 8일까지 이뤄진다.

평가원이 졸업생의 직접 현금 납부를 고수하자 졸업생과 일선 교사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납부 방식이라며 불만을 제기한다. 졸업생 입장에서는 모교를 찾아가야하는 번거로움과 함께 현금을 별도로 지참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또한 접수를 받는 입시·진학 담당 교사들도 많은 현금을 2주간 보관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일부 학교에서는 졸업생이 현금을 지참하지 않아 교사 개인 계좌로 돈을 받은 뒤 교사가 인출해 응시료를 납부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부산의 일부 학교에서는 졸업생 응시 수요가 많아 지난해 학교당 200명이 넘는 졸업생의 수능을 접수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진학 담당 교사는 “젊은 졸업생은 대부분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고 당연히 계좌이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수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며 “졸업생 수백 명의 현금 응시료를 학교에서 2주간 보관하는 것도 매우 위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졸업생이 수능에 응시할 것으로 보여 이 같은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6월 모의평가에 지원한 수험생은 47만 7148명이었는데, 이 중 N수생으로 분류되는 졸업생은 16%가량인 7만 6675명이었다. 2011학년도 이후 역대 최다다. 지난해 6월 수능 모의평가에서 N수생 비율은 13.9%였다. 입시업계는 지난해 29%였던 졸업생의 수능 응시 비율이 올해는 30%를 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학교와 지역 교육청 등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 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평가원 측에 건의했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평가원 측은 “결제 방식 다양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한다. 재학생의 경우 2020년 현금 납부 원칙에서 계좌이체 방식으로 변경됐지만 졸업생 응시료는 1994년 수능 시작 이래 변화가 없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수능 졸업생 응시료 납부 방식의 개선을 촉구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졸업생 응시료 계좌이체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평가원 지침이 바뀌지 않는 이상 계좌이체 방식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응시료를 학교 계좌로 받기 위해서는 학교 회계지침을 바꿔야 하는데 평가원 매뉴얼이 유지된 상태에서 지침을 바꾸면 학교가 향후 감사에서 지적당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납부 편의성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결제 방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지만, 시행까지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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