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신 논란에 BIFF 혁신위 출발부터 ‘불안불안’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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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혁신위원 7명 발표

친이용관 단체 소속으로 합류
부산 영화계 보이콧 가능성도
위원 인선 관련 잡음 벌써 불거져
시민단체 추천 박재율 참여 고민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사 등이 지난 18일 혁신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BIFF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사 등이 지난 18일 혁신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BIFF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위기를 딛고 새로운 발전을 이끌 혁신위원회를 구성했지만, 혁신위원 임명 과정과 결과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혁신위원회가 특정 세력 등을 대변하는 자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BIFF에 누적된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조직 쇄신에 집중할 여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BIFF는 지난 18일 7차 이사회에서 혁신위원회 출범안을 의결하며 혁신위원 7명을 발표했다. 부산 영화인은 김이석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와 주유신 영산대 웹툰학과 교수, 서울 영화인은 안영진 미인픽쳐스 대표(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전 대표)와 방순정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한국영화인총연합회 부이사장)으로 확정됐다. BIFF 남송우 이사, 부산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 영화영상도시실현부산시민연대 박재율 대표도 혁신위원에 포함됐다. BIFF 이사회는 “혁신위원 결원이 발생하면 혁신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충원하게 된다”고 밝혔다.

혁신위원회는 BIFF 조직 쇄신과 투명한 운영을 위해 정관을 개정하는 역할 등을 맡는다. 남송우 BIFF 이사는 지난 18일 이사회 직후 “혁신위에서 세부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한 사안은 이사회와 총회에서 원안으로 통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올해 12월 임시총회 전까지 활동하며 BIFF 차기 이사장을 선출하고 누적된 문제를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해결책 마련과 새로운 비전 설정에도 나설 전망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남송우 이사와 강승아 부집행위원장 등이 지난 18일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국제영화제(BIFF) 남송우 이사와 강승아 부집행위원장 등이 지난 18일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BIFF 사태가 불거진 지 70일 만에 혁신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영화계와 시민단체에서는 혁신위원 구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모양새다. 부산영화인연대는 혁신 의지에 의문을 표하는 반응까지 나온다. 4개 영화단체가 공동으로 김이석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와 박인호 부산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을 2명인 ‘부산 영화인’ 혁신위원으로 추천했지만, 상대적으로 부산 영화인이 소수인 ‘비프혁신을위한부산영화인시민모임’에서 주유신 교수가 혁신위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영화계는 이 단체를 사실상 이용관 BIFF 전 이사장과 가까운 쪽으로 꼽는다. BIFF 내홍에 대한 영화계 안팎의 문제 제기를 ‘특정 인물에 대한 정서적 비토’로 치부했고, 토론회를 열어 인사 문제를 촉발한 이용관 BIFF 전 이사장을 초청하기도 했다. 당시 부산영화문화네트워크·부산독립영화협회·부산영화평론가협회·부산영화학과교수협의회는 실질적 타개책 없이 변명의 자리가 될 거라 우려해 이 전 이사장이 요구한 간담회를 거부한 상태였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지난 18일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국제영화제(BIFF)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지난 18일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영화인 A 씨는 “정작 부산 영화인은 몇 명 안 되고 변호사, 의사, 정치인, 교수 등이 이름을 올린 단체에서 ‘부산 영화인’ 몫으로 배정된 혁신위원 2명 중 1명을 선정했다”며 “준비위원회 이사들이 원칙 없이 선정한 걸 증명했고, 차라리 영화인 대신 시민단체 몫이라면 지금보다는 더 이해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부산영화인연대는 20일 혁신위원 인선과 관련해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앞서 혁신위원 임명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한 서울 영화단체들과 함께 ‘보이콧’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산 영화인 B 씨는 “최대한 참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혁신을 논하기 어려운 자리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며 “혁신위가 특정 인사나 세력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영화제를 쇄신하고 발전시킬 방안에 집중할 환경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무국 복도. 정종회 기자 jjh@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무국 복도.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시민단체 혁신위원 선정 과정에서도 잡음이 나왔다. 혁신위원에 포함된 영화영상도시실현부산시민연대 박재율 대표는 지난 13일 BIFF 측에 후보 변경을 추천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이 참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김정환 부산YWCA 사무총장을 대신 추천했지만,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BIFF 이사에게 포기한다는 의사도 전달했는데 혁신위원회에 포함이 될 줄은 몰랐다”며 “참여 여부를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올해 BIFF는 인사 내홍을 시작으로 각종 문제가 불거지며 위기에 놓였다. 신임 운영위원장 임명 이후 집행위원장이 BIFF를 떠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이사장은 사의를 밝혔고, 이사회는 운영위원장을 해촉했다. 혁신위원회 구성을 마친 BIFF는 19일 입장문을 발표해 “영화제에 남겨진 수많은 상처와 개선할 과제가 존재한다”며 “모든 사안을 간과하지 않고 하나하나 마주하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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