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늙어 가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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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

유엔은 50억 세계인구를 기념하기 위해 1987년 7월 11일을 세계인구의 날로 정했다. 2023년 올해는 인구 80억 명이 됐고, 2050년이 되면 97억 명으로 거의 100억 명의 인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다양한 국제기구를 통해 세계가 공통으로 경험하고 있는 인구사회 문제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국가를 구성하는 인구의 특성이 사회 현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주 방콕에서 개최된 UNFPA(유엔인구기금) 아시아태평양지역회의에 초대 받았다. 2030년을 준비하는 UNFPA는 ‘지속 가능한 사회, 혁신적 과학기술,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을 주제로 이틀간 회의를 개최했다. 필자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와 인구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사례 디지털에이징과 관련한 발표를 했다.

회의에 참여하면서 전 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국가 구성원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합의점 없이는 그 해결 방안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면서 근원적 문제인 교육 격차, 기회 격차를 아직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마다하고, 자녀를 낳고자 하는 의지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 생산연령 인구를 감소시키고, 국가 경제력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국가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구 불균형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현상을 만든다. 데이트나 결혼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녀로부터 돌봄을 기대하는 일은 꿈도 못 꿀 일이 될 것이다.

고령화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에 전 세계 노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다. 유럽과 달리 국가가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고령화가 시작됐고,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 저출산과 마찬가지로 인구 고령화의 심각성이 아시아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래는 저출산 고령 사회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국가가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건강하게 노년을 맞는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활기차고 정신 기능이 건강한 노인이 많아지고 있다. 사회는 적극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안정된 일을 할 수 있도록 일터를 고령 친화적으로 조성하고,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사회적 기술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에 통합될 수 있는 정신 기능을 유지하는 통합인지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디지털기기를 다룰 수 있는 역량도 키워내야 한다. 돌봄 역시 보다 혁신적인 과학기술과 접목되어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안이 마련된다면 늙어가는 세계 중심에 K에이징이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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