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정치권, 반쪽 된 한·아세안 국가정원 사업 ‘네 탓’ 공방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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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예타 반려에 규모 축소
야 “현 정부서 석연찮게 제동”
여 “전 시장 섣부른 발표 원인”
시민 “공조는 못할망정” 눈살

경남 거제시 한·아세안 국가정원사업이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국가정원 조성 예정지인 거제시 동부면 산촌간척지.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 한·아세안 국가정원사업이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국가정원 조성 예정지인 거제시 동부면 산촌간척지. 부산일보DB

기획재정부 난색에 반쪽으로 쪼그라든 경남 거제시 한·아세안 국가정원(부산일보 7월 10일 자 8면 보도)이 남은 반쪽마저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사업 규모가 크게 줄어 든 책임을 놓고 여야 정치권이 갑론을박이다.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를 두고 시민사회에선 한심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을 통해 채택된 산림관리 협력 방안 중 하나다. 산림청은 2020년 12월, 국립난대수목원 유치 경쟁에서 밀린 거제시에 이를 대체 사업으로 제안했다.

애초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국립수목원을 바랐던 거제시는 국가정원이 더 낫다며 반색했다. 난대수목원은 식물자원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학술·보존 기능과 의미가 강한 데 반해, 국가정원은 자연물과 인공물을 함께 배치하고 공원 기능이 추가되는 만큼 대중적 요소가 짙다는 이유다.

산림청은 지난해 5월, 거제시가 후보지로 추천한 △동부면 구천리 국유림 △동부면 산천간척지 △거제면 거제식물원(정글돔) 인근 △고현동 독봉산 웰빙공원 일대 등 4곳을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소요 사업비는 2000억 원 잠정했다. 여기까지가 민선 7기의 역할이었다.

이후 산림청은 동부면 산촌간척지를 국가정원 조성 대상지로 확정했다. 조성 면적은 64.3ha, 사업비는 2917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를 토대로 2023년 상반기 기재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고 2024년까지 기본계획을 수립, 2025~2026년 설계를 거쳐 2027년 착공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기재부에 발목이 잡혔다. 기재부는 막대한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국비 지원 당위성과 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 운영 방안, 중장기 시행계획이 필요하다며 산림청이 제출한 예타 요구서를 반려했다. 때문에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예타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다급해진 거제시는 조성 면적과 사업비를 각각 40.4ha, 1986억 원으로 줄인 수정안을 제시했다. 산림청은 여기에 지방정부 재원 분담 방안 등을 반영한 절충안을 마련해 3분기 예타 심사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개원 목표는 2030년으로 조정했다.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여권 책임론을 제기했다. 거제지역위는 민선 7기를 이끈 변광용 전 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역위는 “2028년 조기 개장을 목표로 다방면으로 박차를 가하며 정상 진행되던 사업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석연찮은 사유로 제동이 걸렸다”며 “전 정권에서 확정했던 사업이라는 것이 드러나지 않은 사유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거제시도 발끈했다. 시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추진 과정에 있는 사업을 일부에서 성급하게 ‘유치 확정’이라 언급해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은 예타를 통과해야 실제 ‘확정’되는 것”이라며 “아직 여러 관문이 남아 있다. 산림청, 도와 협력해 한·아세안 국가정원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시의회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최근 시정질문에서 국가정원 문제를 꺼내든 국민의힘 김선민 의원은 변 전 시장의 발언들을 되짚으며 “시민들이 확정된 것처럼 알고 있던 사항을 지금이라도 소상히 설명해야 행정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민주당 이태열 의원은 “분명 실체가 있는 사업이고 거제를 정해놓고 진행한 사업”이라며 “바뀐 건 정권이 바뀐 것밖에 없다”고 맞받았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정치권에 지역사회는 눈살을 찌푸린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머리를 맞대고 손을 맞잡아도 부족할 판에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정치인들 버릇처럼 하는 말이 ‘지역 현안에는 여야가 없다’ 아닌가. 이러다 사업이 통째로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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