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위판' 약속 못 지킨 부산공동어시장…"선사-항운노조 중재 실패"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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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1500상자 분량 위판 요청 무산
항운노조 “물량 적어 노임 확보 안 돼”
주말 위판 약속 어시장 ‘중재 실패’ 지적

부산공동어시장이 선사와 고기 분류 인력 등을 공급하는 부산항운노조의 갈등 중재에 실패하면서 지난 16일 주말 위판이 취소됐다. 올해 2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열린 경매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공동어시장이 선사와 고기 분류 인력 등을 공급하는 부산항운노조의 갈등 중재에 실패하면서 지난 16일 주말 위판이 취소됐다. 올해 2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열린 경매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고기를 잡는 선사와 인력을 공급하는 노조가 갈등을 빚으면서 최근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에서 주말 위판이 무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위판 시스템 제공자인 어시장이 제대로 된 중재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부산공동어시장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한 선사가 어시장 측에 약 1500상자(상자당 약 20kg) 물량의 위판을 요청했으나, 고기를 분류하고 운반하는 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위판이 무산됐다.

이날 12척의 배가 싣고 들어온 고기의 양은 약 5만 상자에 달하는데, 한 선사가 소량의 위판을 요청하면서 인력 공급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이를 두고 주말 위판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어시장이 선사와 부산항운노조(이하 항운노조) 간 중재에 실패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초 부산공동어시장이 8월까지 주말 위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공고문을 통해 밝혔다. 어시장 게시판에 붙은 공고문.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이달 초 부산공동어시장이 8월까지 주말 위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공고문을 통해 밝혔다. 어시장 게시판에 붙은 공고문.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어시장은 매년 중도매인, 항운노조와 협의를 통해 주말 위판 여부를 결정한다. 선사 입장에서는 고기 선도를 위해 주말 위판이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주말에는 인력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어시장이 협의를 통해 주말 위판을 진행하는 것이다.

어시장은 이달 초 8월 말까지 주말 위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공고했지만, 한 달도 안 돼 선사에게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이날 위판을 하지 못한 선사는 약 1500상자 물량을 당일 풀지 못하고 다음날 위판해 선도가 떨어져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선사 관계자는 "이날 위판하려던 어종은 일본 수출용 매가리로, 선도 유지가 중요한 어종이다"라며 "지금은 비교적 상태가 좋지 않아 선도가 더 빨리 떨어진다. 위판이 안될 것을 알았으면 위판이 가능한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조 쪽에서 1500상자가 적다고 해서 좀 더 풀겠다고 했으나 잘 협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항운노조는 어느 정도 운임이 나와야 인력 공급이 가능한데, 1500상자 정도 물량으로는 인력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부산항운노조 어류지부 관계자는 "노조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이 정도 물량은 교통비도 안 나오는 수준이다"라며 "노조원들이 양이 적어서 작업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 이날 들어온 배가 1500상자 분량밖에 조업하지 못했다면 선사의 사정을 고려해 작업했을 것이다. 하지만 5만 상자나 잡았는데 조금만 풀겠다고 하는 것은 선도 유지를 위해 진행하는 주말 위판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1500상자는 중도매인 1명이 사가는 양에도 못 미칠 만큼 적다. 너무한 측면이 있지 않냐"고 말했다. 주말 위판 협의 내용에 최소 위판 물량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상황을 아는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 양이 되어야 위판을 요청하는 관행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시장이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주말 위판을 운영해야 하지만 중재에 실패했다는 책임론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시장은 원래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부딪히는 곳이다. 어시장이 주말 위판을 보장하겠다고 선사들에게 공고한 만큼 책임지고 양쪽을 설득하든, 인력을 외부에서 구해오든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어시장은 선사와 노조 양측의 입장이 첨예했고, 중재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어시장 관계자는 "선사와 항운노조 측을 중재하고자 했으나 선사는 어가가 잘 나오는 날에 고기를 풀어야 하고, 노조는 운임이 어느 정도 확보되는 물량이어야 하는 사정이 있다"며 "이런 경우가 흔한 일은 아니다. 앞으로 주말 위판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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