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락날락' 조성도 중요하지만,더 중요한 건 콘텐츠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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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도시’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7월 1일 기준으로 24곳 운영 중
부산시 2030년까지 300곳 조성

“프로그램 업데이트·새 콘텐츠
시와 기초지자체 관심 가져야
신규·거점형 특화 전략 고민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1층 들락날락에서 열리고 있는 원어민 영어 프로그램.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1층 들락날락에서 열리고 있는 원어민 영어 프로그램. 김은영 선임기자
'들락날락'에서 만난 책 읽어주는 로봇들. 김은영 선임기자 '들락날락'에서 만난 책 읽어주는 로봇들.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시가 ‘15분 도시’ 공약으로 조성 중인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이 개관 1주년을 맞았다. 들락날락 제1호로 문을 연 부산 사하구 괴정동 ‘회화나무 어린이 작은도서관’은 지난해 7월 8일 개관했다. 지난 1일 기준 24곳이 개관, 운영 중이고, 조성 중인 것까지 치면 총 64개소(구·군 54개소, 기타 공공기관 등 10개소 추진)에 달한다.

회화나무 어린이 작은도서관을 비롯해 서구 숲속 놀이터, 사상구어린이도서관, 우2동어린이작은도서관, 부산시청 1층 들락날락 등 몇 곳을 돌아봤다. 현장에서 만난 실무자들은 “계속해서 아이들 관심을 끌려면 프로그램 업데이트와 콘텐츠 확충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시가 밝힌 목표는 15분 생활권 내 아동친화적 도서관이자 디지털 콘텐츠 체험·학습 공간 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들락날락은 시나 공공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공간 외에 구·군 대상으로 사업을 공모한 뒤 조성비의 70%와 운영비 50%를 4년간 시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 의지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도 관심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조성 계획은 2026년까지 200개소, 2030년까지 300개소로 나와 있다.

부산 사하구 회화나무 어린이 작은도서관.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 사하구 회화나무 어린이 작은도서관.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 사하구 회화나무 어린이 작은도서관 레고·보드방.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 사하구 회화나무 어린이 작은도서관 레고·보드방. 김은영 선임기자

레고·보드방과 실감형 3D체험관 등을 갖춘 회화나무 어린이 작은도서관은 부산시청 들락날락(2022년 9월 20일 개관)처럼 거점형은 아니지만, 동네 생활밀착형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설이 노후화하면서 이용자 흥미가 줄어들던 참이었는데 들락날락으로 시설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어린이 이용자가 급증했다. 3D체험관에서 상영 중인 콘텐츠는 4개(기후환경, 우주 행성, 남극 체험, 색칠 놀이). 그리고 체험형 동화구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하구 평생교육과 김정미 과장은 “새로운 들락날락 개소식에 갈 때마다 지역 주민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들락날락이 더 잘 되려면 부산시에서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초지자체에 많이 공급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 못지않게 기초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사하구만 하더라도 각종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나 디지털배움터 활용 코딩 교육, 원어민 강사 프로그램, 전문 놀이강사와 함께 진행하는 ‘맘껏 놀~자’ 같은 들락날락 연계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는 시 공문을 받는 족족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보였지만, 일부 기초지자체에선 관리 인력 등을 이유로 프로그램엔 관심을 두지 않는 곳도 있었다.

부산 해운대구 우2동 어린이 작은도서관의 다면 실감형 체험관.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 해운대구 우2동 어린이 작은도서관의 다면 실감형 체험관. 김은영 선임기자

올 초(1월 26일 개관) 문을 연 해운대구 ‘우2동 어린이작은도서관’에서 만난 문현종 담당은 “인근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또래끼리 와서 다면 실감형 콘텐츠를 즐기기 때문에 이용자가 점점 늘 것”이라면서도 “다만 도서관이 동사무소 건물 안에 있다 보니 주말이나 공휴일엔 이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 서구 숲속 놀이터 실감형 체험관 모습.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 서구 숲속 놀이터 실감형 체험관 모습.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 서구 숲속 놀이터에 설치된 재난안전체험학습 4D상영관.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 서구 숲속 놀이터에 설치된 재난안전체험학습 4D상영관.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 서구 숲속 놀이터에 설치된 숲속어린이작은도서관.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 서구 숲속 놀이터에 설치된 숲속어린이작은도서관. 김은영 선임기자

서구 구덕산 자락 구덕문화공원 안에 위치한 ‘서구 숲속 놀이터’는 숲속어린이작은도서관, 재난안전체험학습 4D상영관, 상상놀이터(미디어아트·컬러링월드·미디어테이블·디지털월) 등을 운영 중이다. 여기는 차량이 없으면 아이 혼자서는 도저히 방문하기 힘들다. 한두 번은 신기한 마음에 이용하겠지만, 두세 번 혹은 그 이상이 되려면 새로운 콘텐츠 공급이 필수적인 곳이다.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숲속놀이터만의 특화된 콘텐츠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타지역에서도 찾아오는 들락날락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산 사상구 사상어린이도서관.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 사상구 사상어린이도서관.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 사상구 사상어린이도서관 학부모 커뮤니티 공간. 김은영 선임기자 부산 사상구 사상어린이도서관 학부모 커뮤니티 공간. 김은영 선임기자

사상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자료실 외에 이야기톡톡(4면 실감형 체험관)과 놀이톡톡(인터랙티브, AR 등)을 운영 중이다. 들락날락이 갖춰야 할 필수 시설인 부모 커뮤니티존은 물론이고 다목적실, 동아리실, 강의실까지 다양하게 갖췄다. 제대로 된 프로그램만 공급된다면 확장 가능성이 가장 커 보였다.

이날 취재 도중 만난 대부분의 관계자는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개관 숫자 늘리기에만 매몰되어선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내용이다.” “이제부터 만들어지는 들락날락만이라도 특성화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특히 거점형은 천편일률적이 되어선 안 된다. ‘안전 들락날락’처럼 특화가 필요하다.” “어떤 연계 프로그램을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지원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물론이고 이를 운영하는 기초지자체에서도 특히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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