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수해… 또 사후약방문 대책 분주한 여야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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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잇단 재난에 법 발의 이어져
27건 국회 계류, 정쟁에 막혀 ‘낮잠’
‘일상화된 집중호우’ 대책 마련 공감
당정, 총리 직속 민관합동기구 검토
민주당도 재난 예방 패키지법 추진

여야가 폭우 등 극단적 날씨에 대처하기 위해 관련 대책을 마련한다.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22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고인에게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위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고 채수근 상병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박광온 의원실 제공 여야가 폭우 등 극단적 날씨에 대처하기 위해 관련 대책을 마련한다.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22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고인에게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위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고 채수근 상병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박광온 의원실 제공

여야 정치권이 한국 역시 이번 ‘극한 호우’처럼 극단적 날씨가 ‘뉴노멀’(새로운 일상)이 됐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대응 기구 구성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후폭풍이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고, 국내에서도 최근 수년 새 호우 피해를 지속적으로 입어왔다는 점에서 여야의 뒤늦은 움직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23일 이번 수해 피해와 관련, “정부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들까지 함께 숙의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각종 재난에 대응할 국무총리 직속 민관합동 상설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상재해가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기존 방재 대책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다양한 현장 경험과 데이터 등에 밝은 민간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재난 대응 역량을 크게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재난관리 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확 바꿔야 한다”며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다’ 이런 인식은 버려야 된다”고 재난 대응 체계의 대대적인 개혁 필요성을 언급했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역시 지난 21일 기후변화로 극한 호우가 빈발하는 점을 들어 정부의 재난안전 기준과 법·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예정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전국적 폭우 피해 상황 점검과 함께 현재의 재난대응 체계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날부터 전국 곳곳에 호우가 다시 시작되면서 일단 각 부처 장관 등 참석자들이 상황 대응과 현장 지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의회를 미뤘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드러난 재난 대응 시스템의 부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은 상황에서 여권이 부정적 여론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도 재난 예방 패키지법을 준비해 발의하기로 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해 대책 관련 법안은 이번 본회의(27일)와 다음 본회의 때 다 처리할 예정”이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현재 국회에는 저희 당에서 농업재해 대책법, 농업재해 보호법, 하천법, 도시침수 방지법, 건축법 등 여러 의원님의 법안이 나가 있는(발의된) 상태”라면서 다만 “최근 수해를 보면서 (기존 발의 법안들에) 비어있는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후위기를 고려한 재난위기 관리 매뉴얼의 정기 업데이트, 수해 복구 피해 산정 작업에 물가 상승률 반영, 재난 예방을 위한 CCTV 공공 정보 활용, 별도 조례 개정 없는 지방세 감면 등이 재난 예방 패키지법에 들어갈 내용이라고 김 정책위의장은 설명했다. 집권여당에 비해 실행력은 없지만, 차별화된 입법으로 정책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수해 방지 관련 법은 하천법 개정안 11건 등 최소 27건이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법안은 지난해 8월 중부권 집중호우,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직후에 대부분 발의됐지만 세간의 관심이 줄자 논의도 진척되지 못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론 비판 때문에 급조한 보여주기식 대응은 또 잠깐 시선만 끌고 결국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며 “기후 재난 대응 시스템의 고도화라는 장기 대책이 물론 필요하지만, 최소한 부산 초량에 이어 오송에서도 벌어진 지하차도 침수 인명 사고가 내년엔 재발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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