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우파 과반 확보 실패… 유럽 강타한 우파 돌풍 ‘일단 멈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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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국민당 136석 차지
과반 미달로 단독정부 어려워
극우 복스와 연정도 쉽지 않아
유럽 휩쓴 우파 인기 향방 궁금

국민당 지지자들이 23일 수도 마드리드의 당사 앞에 모여 총선 승리를 기원했다. AFP연합뉴스 국민당 지지자들이 23일 수도 마드리드의 당사 앞에 모여 총선 승리를 기원했다. AFP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우파 진영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스페인 정국이 안갯속에 빠졌다. 최근 유럽 정계를 휩쓴 우파 돌풍도 일단 스페인에서 멈췄다.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은 하원 전체 의석 350석 중 136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이어 집권당인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이 122석을 차지했다. 극우 성향의 복스와 15개 좌파 정당이 연합한 수마르는 각각 33석, 31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당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나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충분한 득표는 하지 못했다고 미국 CNN 등 외신은 전했다.

정치 진영에 따라 구분하면 국민당과 복스 등 우파가 169석, 사회당과 수마르 등 좌파가 153석을 각각 확보했다. 양 진영 모두 과반 의석(176석)을 차지하지 못해 당분간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치열한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총리는 원내 1당 대표가 맡는 게 관례인데 이를 위해 하원 의원 절대 과반에 해당하는 176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협상에는 시간 제약이 없어 길게는 몇 달까지도 걸릴 수 있다. 만약 국민당이 정부를 꾸리지 못하면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할 수도 있다.

국민당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게 될 경우 복스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복스의 극우 성향으로 인해 우파 연정이 성사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총선에서 독재자 프랑코 사후 민주주의로 전환된 지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정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보수 야당이 연정을 구성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CNN도 국민당이 복스와 연정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그 경우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며 우파 연정을 구성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복스는 여성이나 성소수자 등에 대한 성평등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번 선거에서 차지한 의석 수는 지난 선거 때(52석)보다 줄었다.

이번 선거는 산체스 총리가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국민당과 복스 등 우파 야당 연합에 패한 뒤 의회를 해산하면서 애초 계획보다 일찍 치러졌다. 이례적으로 여름 휴가철에 치러진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70.33%로 2019년 11월 직전 총선 때보다 4%포인트 높아졌다고 일간 엘파이스가 전했다. 우편으로 부재자 투표를 신청한 유권자는 247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CNN은 이번 선거를 두고 산체스 총리의 ‘정치적 도박’이었다고 평가했다. 산체스 총리는 여성 권익 강화와 안락사 관련법 등 여러 사안에서 진보적인 색채를 보였는데 이와 같은 개혁 조치는 도시에선 표를 모았으나 다른 지역에선 역풍을 맞았다고 CNN은 분석했다.

스페인에서 우파가 압승하지 못하면서 유럽연합(EU)을 강타한 우파 돌풍도 잠시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프랑스에선 유럽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이 지난해 총선에서 하원 577석 중 89석을 차지해 원내 제2당으로 올라섰다. 이를 기반으로 르펜은 차기 대선에서는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다. 또 지난 4월 핀란드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국민연합당은 이달 극우 핀란드인당을 포함한 3개 정당과 함께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스웨덴도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집권 중도좌파연합이 우파연합에 패배했고 당시 돌풍을 일으킨 극우 포퓰리즘 정당 스웨덴민주당은 원내 제2당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도 중도 우파인 현 집권당 압승과 함께 극우 성향의 소수 정당 3곳이 의회에 입성했다. 독일에서는 극우 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역대 최고 지지율을 경신하는 등 우파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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