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1600만 원부터 내고 기부하라”…세금에 발목 잡힌 15억 땅 ‘통 큰 기부’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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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여동 땅 구청에 내놓으려다
현행법상으론 세금 감면 불가능
유족, 토지 기부 철회 의사 밝혀

부산 해운대구 주민이었던 고 김 모 어르신 유족이 기부하려던 반여동 부지. 해운대구 제공 부산 해운대구 주민이었던 고 김 모 어르신 유족이 기부하려던 반여동 부지. 해운대구 제공

부산 해운대구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한 어르신의 유족이 시가 15억 원 상당의 토지를 해운대구청에 기부(부산일보 2022년 12월 6일 자 4면 보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세금 문제로 철회했다. 유족은 취득세 감면을 요구했지만 해운대구청은 현행법상 세금 감면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정부에 법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24일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해운대구 재송동에서 살던 고 김 모 어르신의 유족은 최근 구청에 토지 기부 철회 의사를 밝혔다. 유족 측은 최초 기부 의사를 밝힌 지난해 12월부터 해운대구청과 취득세 납부 관련 협의를 이어오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별세한 김 어르신의 유족은 반여동 산 153번지, 산 205-1번지 일대 1만 3453㎡ 토지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족은 해운대구청에 취득세 면제 방안이 있는지 문의했다. 해운대구청은 지방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같은 법령과 행정안전부 질의 사례 등을 검토한 결과 취득세 면제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김 어르신의 토지를 기부하려면 유족 중 한 명이 취득세를 납부한 후 해운대구청에 기부해야 한다. 해당 토지 취득세는 1600만 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15억 원 상당의 토지를 기부하면서 취득세까지 납부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낀 유족 측은 해운대구청에 기부를 철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해운대구청은 이에 따라 구의회에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산림 기부채납 철회에 따른 토지 취득 취소)’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구의회는 지난달 21일 본회의를 열고 관리계획안을 의결했다.

해운대구청은 유족 측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활용도가 높은 토지를 확보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족이 기부 의사를 밝힌 토지는 반여동 제3근린공원을 조성할 때 산책로로 활용할 수 있고, 오봉산 둘레길과 연계해 주민 쉼터로도 활용할 수 있어 기대를 모았다. 해운대구청은 유사한 사례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행안부에 법령 개정을 건의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유족이 기부하려고 했던 토지는 활용도가 매우 높은 토지여서 구청 입장에서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 유족이 충분히 상의한 뒤 내린 결론이라 그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혹시라도 나중에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세 관련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행안부에 법령 개정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측은 기부자가 세금 관련 절차를 모두 마무리한 뒤 기부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해운대구청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으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취득세는 취득이 일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발생한다”면서 “기부자가 부동산을 먼저 취득한 후 기부하거나 증여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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