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옴 전시회’ 국토부, 리야드 엑스포 홍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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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강력한 경쟁 도시 도우미 자처
전 국민과 정부 노력에 찬물 끼얹는 꼴

국토교통부가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놓고 부산과 치열한 경쟁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핵심 전략인 네옴시티를 위한 전시회 홍보에 나섰다고 한다. 가수 싸이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놓고 부산과 치열한 경쟁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핵심 전략인 네옴시티를 위한 전시회 홍보에 나섰다고 한다. 가수 싸이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놓고 부산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핵심 전략인 네옴시티를 위한 전시회 홍보에 나섰다고 한다. 국제박람회기구(BIE)의 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불과 4개월 앞으로 닥친 마당에 우리나라 정부가 상대편 도시를 홍보하다니,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다. 알다시피 리야드는 부산엑스포 유치에 가장 강력한 경쟁 도시로, 꼭 넘어야 할 대상이다. 사우디는 오래전부터 네옴시티를 지렛대 삼아 BIE 회원국을 상대로 대대적인 리야드 홍보전을 펼치는 중이다. 이런 시기와 상황에서 국토부가 네옴시티 도우미로 나서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지 묻고 싶다.

네옴시티는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 지대에 신도시를 건설하려는 사우디의 초대형 토목 프로젝트다. 이미 그 엄청난 규모로 인해 세계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하면서 엑스포 유치를 위한 사우디의 핵심 전략으로 동원되고 있다. 사우디가 네옴시티의 비전을 보여 주는 전시회를 아시아에선 처음 서울에 연 것은 그래서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그런데 국토부는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를 위해 미리 입장 예약을 받아주는 것은 물론 국내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뿌렸다. 완고하고 콧대 높기로 소문난 국토부가 부산엑스포 홍보도 아닌 경쟁 도시와 관련된 일에는 왜 이렇게 대놓고 적극적인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전시회에 앞서 미리 네옴 최고경영자와 비공개 회담을 했다고 한다. 또 25일 열린 ‘국토부×네옴 로드쇼’ 개막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네옴시티 건설에 국내 기업의 진출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활동으로 짐작된다. 분명 이는 해야 할 일이긴 하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때인지는 알아야 한다. 부산은 현재 엑스포 유치를 놓고 리야드와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꼭 이런 때에 국토부가 네옴시티 전시회에 도우미로 나선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정치권에서도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다. 지난해 말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이후 불거졌던 ‘바꿔치기’ 논란이 또 제기될 수도 있다.

원 장관과 국토부는 엄청난 금액이 걸린 네옴시티 건설 수주를 위해선 이런 전시회가 불가피했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분명코 그 시기가 아니다. 11월 부산엑스포 유치 결정을 앞두고 온 국민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유치위원회, 정부 각 부처, 부산시까지 막바지 지지표 획득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국토부의 행태는 국민과 정부의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자칫하면 부산엑스포 유치에 적극적인 윤 대통령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네옴시티에 쏟는 관심 이상으로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발 빠르고 적극적인 국토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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