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물관리 일원화’ 무엇이 문제인가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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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방보다 국가 통합 물관리 완결성이 급선무

물관리 일원화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와 지자체로 나뉜 하천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통합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은 지난 16일 미호강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장면. 연합뉴스 물관리 일원화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와 지자체로 나뉜 하천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통합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은 지난 16일 미호강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장면. 연합뉴스

충북 청주시의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계기로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원화된 물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환경부가 수질 관리와 규제에만 초점을 맞춰 재해 예방에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넘어갔던 치수 기능을 국토부로 재이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자리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물관리를 제대로 못 할 거면 국토부로 다시 넘기라”고 질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수질·수량 관리 환경부 일원화

기존 물관리 체계는 정부조직법상 수량 관리와 재해 예방 업무는 국토교통부, 수질 관리 업무는 환경부로 이원화돼 있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로 1994년 건설부의 상하수도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됐지만 국토부는 수량, 환경부는 수질이라는 물관리 시스템의 큰 틀은 유지됐다. 그러나 부처 간 업무 중복과 과잉투자에 따른 비효율 개선을 위해 통합 물관리 체계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이어졌다. 개발과 공급 위주의 하천·수자원 관리에서 균형적이고 지속 가능한 통합 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수량과 수질 관리 통합을 권고해 왔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결국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물관리 업무는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물관리 일원화는 낙동강 통합 물관리를 통해 부산 대체 식수원 확보의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환경부 수해 관리 능력 논란 재점화

환경부의 치수 능력에 대한 우려는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기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부터 제기됐다. 환경부 부처 특성상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제 기능이 앞서 재해 예방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환경부에 물관리 권한을 몰아주는 것은 수해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방제 업무는 토목 사업의 성격이 강해 국토부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중 강수량의 70%가 장마와 태풍 등 폭우기에 집중되는데 연중 강수량이 일정한 유럽 국가의 물관리 모델을 따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도 했다. 2020년 대규모 홍수로 제방 유실 등 큰 피해가 발생하자 홍수 관리는 환경부, 제방 관리는 국토부에서 담당해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국토부에 남아 있던 하천관리 기능까지 환경부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번 수해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다시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된 것이다.


■일원화에도 하천 관리 체계 혼선

환경부 치수 능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냐 환경부냐가 아니라 하천 관리 체계가 제대로 일원화되지 않은 게 근본적인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국토부 하천관리과가 환경부로 옮겨 간 것은 지난해 1월의 일이다. 환경부 하천 관리 업무가 아직 정착이 덜 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천은 하천법에 따른 국가하천, 지방하천과 소하천정비법에 따른 소하천으로 나뉘는데 4대강 중심의 국가하천 관리는 환경부에서 하고 지방하천과 소하천 관리는 지자체로 이양했다. 4대강 정비율은 97%에 이르는 반면 지방하천과 소하천 정비율은 50%에 불과한데 지자체가 예산은 수반되고 생색은 나지 않는 하천 정비를 소홀히 하면서 하천 관리에 허점이 생겼다.

오송지하차도 침수 원인이 된 미호강도 미호천교 증설 공사 과정에서 하천 점용 허가권은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이 갖고 있는데 관리는 충북도를 거쳐 청주시에 위임돼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국가 재난 시스템의 문제인데 엉뚱하게 물관리 일원화의 정치 공세로 몰아가고 있다”며 “지자체로 이관된 지방하천과 소하천 관리까지 환경부로 통합해 체계적 하천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정치적 공방보다 물관리 일원화의 완결성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는 이야기다.


■국가 물관리 컨트롤타워 필요

전체 수자원 측면에서 보면 국가 물관리 체계는 더 복잡하다. 지난 15일 월류한 괴산댐 관리 주체는 수자원공사가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이다. 팔당댐 같은 발전용 댐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리한다. 전체 용수의 60%를 차지하는 농업용수는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으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한다. 산지의 빗물 관리는 산림청 소관이다. 전체 물관리를 강력하게 통합할 국가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다. 물관리 일원화에 따라 2019년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제대로 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국무총리와 민간 공동위원장 체제로 관련 부처 장관과 전문가들로 막강한 조직을 갖추고 있지만 허울뿐이다. 이 때문에 국무총리 위원장 체제가 아니라 환경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실질적 실행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가 물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부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수자원청’이나 ‘물관리청’ 등의 특별 외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각 부처와 기관별로 나뉜 책임 소재를 넘어선 강력한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후변화 뉴노멀 물관리 정책 필요

전문가들은 이제 기후변화를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선진국형 재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0년 단위로 하천정비기본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국회 입법화를 통해 도시침수기본계획도 수립해 수재에 대응해야 한다. 도시 침수의 경우 예·경보 발령 기준이 없는데 장기적으로 도시 침수 위험 지도 등 시스템이 필요하다. 온천천 대규모 저류조와 같은 인프라도 필요하지만 지역적 강우 특성 등을 감안하면 소규모의 분산형 홍수 조절 시스템을 여러 개 만드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물관리에 대한 큰 방향을 잡아 가고 재난 관리에 대한 체계적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집중호우로 인한 지하차도 참사 반복도 결국 체계적 재난 대응 시스템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장석환 대진대 스마트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4대강 보나 물관리 일원화를 놓고 정치 공방을 벌일 게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 맞는 물관리와 재해 대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기후변화를 감안하고 인명 피해 방지에 초점을 맞춰 국가 물관리와 방재 시스템을 꼼꼼하게 다시 짜야 한다”고 밝혔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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