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의 다층적 시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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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 팝 ‘노엘’

생명체가 다음 세대를 만드는 방식은 몸 안에 생성된 어린 개체를 몸 밖으로 배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드림 팝(Dream Pop)은 이 어린 개체가 몸 안에서 복제되는 영역과 몸 밖으로 분리되는 영역에서 발생하는 리듬과 변주 그리고 그 시간성에 집중한다. 드림 팝은 2022년 생성된 비정형 커뮤니티이자 레이블이다.

‘포스트모던 어린이’전에 선보인 ‘노엘’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전시가 다루고 있는 어린 존재의 시점으로 시작해 성장과 죽음까지의 과정을 다각도로 결합한다. 노엘(Noel)이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탄생을 의미하는 ‘Natalis’와 출산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Nolah’를 어원으로 한다. 작가는 인간 삶의 다층적 시간성을 구현하기 위해 부모와 아이 그리고 죽은 사람과 인공 지능과 협업한다.

드림 팝은 전시장 한 편에 집이라는 공간을 연출했다. 벽과 벽지, 가구와 오브제, 그림과 가족 사진, TV 속 영상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통해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까지 인간 삶의 순환 구조를 축약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은 다소 개인적이다. 작가가 어렸을 때 그림을 그리던 색연필이나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놓여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젊었을 적 은행에서 일할 당시 틈틈이 연습했던 서예 작품도 한쪽에 걸려있다.

곱고 바르던 어머니의 손 글씨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후 점점 무너지는 모습과 알츠하이머 판정 후 작가가 직접 촬영한 어머니의 모습도 영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탄생과 성장의 기쁨에 취해 누군가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음’을 담담하게 인정한다. 작가만의 방식으로 그 회한을 풀어내며 산 자와 죽은 자를 동시에 위로한다. 드림 팝 작가는 작품 설치를 위해 지난 5월 1일 월요일 부산현대미술관에 도착했다. 차분하고 조용히 작품을 설치하던 작가는 바로 그날이 어머니의 기일이라고 말했다.

‘포스트모던 어린이’ 2부 전시는 8월 27일 일요일까지 진행한다.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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