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생법원 열었더니 회생·파산 폭증한 부산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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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문 연 이후 개인회생 3229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8.9% 급증
개인파산 전년 대비 38.3% 늘어
개원 효과에 지역 경제난 겹친 탓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부산회생법원 개원식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부산회생법원 개원식 모습. 부산일보DB

비수도권 최초의 회생·파산 전문법원인 부산회생법원이 지난 3월 문을 열자 지역에서 회생·파산 사건이 급증했다. 특히 개인회생사건은 지난해에 비해 80% 가까이 폭증했는데, 이는 회생법원 개원 효과와 별개로 지역의 취약한 산업 생태계와 고용 구조를 반영하는 수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부산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 3~6월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사건은 322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05건에 비해 무려 78.9%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인 43%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전국 각지의 도산 사건이 몰린다는 서울회생법원의 증가율 49.5%보다도 높은 수치다.

부산회생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역시 127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21건에 비해 38.3% 늘었다. 전국 평균 증가율이 1.7%이고 울산(-6.6%)이나 창원(-3.2%)에서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더욱 도드라진다.



부산회생법원 개원으로 개인파산사건의 처리 속도는 크게 빨라졌다. 지난해의 경우 부산지법에서 개인파산 접수~파산선고에 걸린 시간이 114.9일이었지만, 회생법원 개원 이후 104.1일로 열흘이나 줄었다. 파산 접수~면책 인용결정에도 지난해 339.5일이나 소요되던 것이 올해는 293.9일로 감소했다.

전국에서 처리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서울회생법원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다. 최근에는 “파산이나 회생 결정을 빨리 받기 위해서는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산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법조계에서 나올 정도다.

부산회생법원 관계자는 “부산의 개인회생·파산 사건이 늘어난 영향이 큰 데다 울산이나 경남지역에 주소지를 두었더라도 부산회생법원에서 도산 업무 처리를 신청할 수 있어 사건 접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달부터 내부회생위원 2명을 증원했다. 회생·파산 전문 상담센터인 ‘희망출발 상담센터’를 개소하는 등 노력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생법원 개원 영향이 분명히 있지만, 부산에서 개인회생·파산이 증가하는 근본적 원인은 지역의 열악한 산업·고용 구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의 실업률은 3.4%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2분기 부산의 청년실업률은 8.9%로 울산(12.2%)과 전북(12.2%)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높았다.

실업률이 높을 뿐 아니라 고용의 질도 좋지 못하다. 지난달 부산의 상용근로자(고용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 비율은 67.5%로 전남(64.8%), 강원도(64.9%)에 이어 3번째로 낮았다. 1인 위주의 영세 자영업자들도 많은데 이들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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