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광지 다변화 실패, 한국 관광 이대론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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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나리타·간사이공항 2곳 허브 역할
지방 접근성 안 높이면 경쟁력 떨어져

외국인이 많이 찾는 부산 감천문화마을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 조각상. 부산일보DB 외국인이 많이 찾는 부산 감천문화마을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 조각상. 부산일보DB

한국과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격차가 엔데믹 후 더욱 벌어졌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과거 2009년~2014년에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보다 많았다. 2012년에는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일본과 270만 명 이상이나 격차가 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당시 일본 관광당국이 “한국만 따라잡자, 타도 한국이 목표”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 2015년부터 일본이 한국을 역전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한국은 역대 최대 외국인 관광객 수를 기록했지만 일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K컬처의 세계적인 인기로 한국에 직접 가 보기를 꿈꾸는 외국인들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그런데도 한국 관광은 어쩌다 경쟁 상대인 일본에 추월당하며 되레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일까. 지난 1~5월 일본을 찾은 전체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이 30%나 차지할 정도로 늘었으니, 올해는 한일 간의 격차가 더 심해질 것임에 틀림없다. 기저에 깔린 코로나 보복 여행 심리에 경쟁 관광지인 제주도의 비싼 물가와 대조적인 엔저 현상이 겹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수도권 중심에서 오사카·후쿠오카 등 ‘관광지 다변화’에 성공했고, 우리는 수도권에 편중된 항공 노선으로 인해 실패했다는 여행업계의 지적은 매우 뼈아픈 대목이다.

일본이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수도권 중심의 관광에서 전국적인 관광지로 변신에 성공한 대목은 잘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도쿄 나리타공항과 오사카 간사이공항 2곳이 일본의 국가 허브 공항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우리와 결정적인 차이로 보인다. 과거에는 도쿄와 오사카의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배 이상 차이가 났지만, 2015년부터 간사이공항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양 도시의 외국인 숫자가 비슷해졌다고 한다. 2009년만 해도 부산은 외국인이 200만 명으로 오사카보다 많았다. 2017년 부산이 239만 명에 그친 데 비해 오사카는 4배 이상이나 격차를 벌린 차이를 명심해야 한다. 한국은 수도권 중심의 항공 노선 탓에 지역 관광 활성화가 되지 않는다.

한국에 외국인이 가장 많이 들어온 해는 2019년으로 1750만 명이다.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이 서울로만 향하니 관광객 숫자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 그 결과가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5년째 꼴찌이다. 우리는 관문인 공항에서부터 관광 다변화에 실패했다.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떼놓고서도 가덕신공항은 꼭 필요했다. 가덕신공항이 완공되면 부울경 등 지역에도 많은 외국인이 찾아와 인바운드 관광대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지방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관광 정책과 세심한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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