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후 더 벌어진 한일 관광객 수, 엔저 때문만 아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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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이 우위
2015년부터 일본에 역전당해
올해 양국 관광객 격차 2.5배로
일본, 도쿄 관광 편중서 탈피
수도권 외 권역별 콘텐츠로 성공
부산에 뒤졌던 오사카 4배 앞서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5년 일본에 역전당한 뒤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일본에 가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5년 일본에 역전당한 뒤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일본에 가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한국과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수 격차가 코로나 엔데믹 후 더욱 벌어졌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일본인의 한국행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일본은 과거 수도권 중심이었다가 지금은 오사카, 후쿠오카 등 전국이 관광지로 주목받지만,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편중된 항공 노선과 콘텐츠 부족 등으로 관광지 다변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2009~2014년만 하더라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일본에 간 외국인 관광객보다 많았다. 2012년에는 한국(1114만 28명)이 일본(835만 8105명)과의 격차를 270만 명 이상으로 벌렸다. 하지만 2015년부터 일본이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한국(1750만 2756명)은 역대 최대 외국인 관광객 수를 기록했지만, 일본(3188만 2049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엔데믹 돌입 후 한일 간 격차는 더 커졌다. 지난 1~5월 외국인 관광객 수를 보면 일본(863만 8543명)이 한국(347만 158명)보다 2.5배가량 많았다. 일본의 5월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68% 수준까지 늘어났지만, 한국은 아직 절반 수준이다. 방문객 규모도 적고 회복 속도도 더디다.

부산을 찾은 일본인 수도 아직 코로나19 이전에 한참 못 미친다. 4월 부산을 찾은 일본인은 1만 7585명으로 2019년 4월(5만 6982명)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1~5월 방일한 외국인(863만 8543명) 중 한국인은 258만 3400명으로 일본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중 3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한일 간 인바운드 관광객 격차 심화 원인으로는 단기적으로는 엔저 현상과 한일 관계 개선이, 장기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관광 다변화 성공 등이 꼽힌다.

한국에 뒤처졌던 일본은 적극적인 관광 정책을 도입해 내국인을 해외로 보내는 정책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부터 유명 영화 촬영지 리모델링 등 관광 인프라 개선에 나섰다. 아베 정부는 2013년 범정부 차원의 관광정책을 발표하고 국가 경제 정책 중 최우선으로 삼았다. 특히 일본 정부는 외국인 관광 증대를 위해 수도권 이외의 지역을 권역별로 묶어 적극 활용했다. 일본 중부지역의 경우 이시카와현 등 9개 현을 묶어 용이 승천하는 모양의 ‘승용도 루트’를 만드는 등 차별화에 나섰다. 이 덕분에 일본은 수도권 중심의 관광에서 전국적인 관광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동의대 윤태환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에서는 한때 오사카의 외국인 관광객이 도쿄의 20% 수준에 머물 정도로 수도권 중심의 일극화가 심했다. 과감한 관광 정책 변화로 지금은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등으로 완벽한 다양화에 성공했다”면서 “정책 전환과 함께 지역별 광역교통망을 적극 활용해 이동성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보다 심한 수도권 중심의 항공 노선 탓에 지역 관광 활성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도쿄 나리타 공항, 오사카 간사이 공항 2곳이 국가 허브 공항 역할을 한다. 2009년에는 도쿄의 외국인 관광객이 479만 명으로 오사카의 176만 명보다 배 이상 많았지만, 2017년에는 도쿄가 1326만 명으로 오사카의 1111만 명과 엇비슷해졌다. 부산의 경우 2009년 외국인 방문객이 약 200만 명으로 오사카보다 많았지만, 2017년에는 239만 명에 그쳐 오사카와 거꾸로 4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야놀자 송민규 커뮤니케이션실장은 “한국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인천공항을 통해서만 입국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가덕신공항을 조기 개항해야 남부권에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해야 관광대국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 2020년 전국 최초의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되고 4년째에 돌입한 만큼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를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와이즈유 영산대 오창호 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한국은 과거에 화장품, 가전제품 등 쇼핑으로 관광 타깃을 잡았다. 현재는 중국·일본과 비교해 개성이 뚜렷하지 않아 위치가 애매해진 측면이 있다”면서 “부산의 경우 음식과 교통에서 스마트관광 수용 태세를 강화해 외국인이 스마트폰 하나로 쉽게 관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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