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업자에 ‘용팔이’ 악플 달면 모욕죄? 법원 판단은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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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벌금 50만원 깨고 항소심서 무죄 선고
“상품 게시판서 표현의 자유 넓게 보장돼야”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전자기기 판매업자를 비하하는 용어인 ‘용팔이’를 인터넷 쇼핑몰 게시판에 올렸다면 죄가 될까?

1심은 모욕 혐의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무죄라고 판결했다.

울산에 사는 A 씨는 2021년 2월 인터넷 쇼핑몰에서 최신 버전 컴퓨터 메인보드를 40만 원에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봤다. 그는 당시 시세로 20만 원인 해당 제품이 동나면서 구하기 어려워지자, 쇼핑몰 업자 B 씨가 폭리를 취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A 씨는 쇼핑몰 ‘묻고 답하기’에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이라는 글을 올렸고, ‘용팔이’라는 단어 때문에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먼저 1심 재판부는 A 씨 죄를 인정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가 B 씨 판매 글에 대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아무런 설명 없이 경멸적 용어만 사용했다는 것이다.

모욕죄는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고 추상적 판단 또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을 때 성립한다. 다만, 자기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쓴 경우나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

이에 A 씨는 용팔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사회 윤리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단, A 씨가 ‘용팔이’라는 단어 뜻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모욕을 주려는 의도는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쇼핑몰 게시판에는 해당 제품 가격을 비판하는 다른 소비자들의 글도 다수 올라와 있었고, A 씨는 비슷한 의견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어서 무작정 모욕하는 표현을 쓴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A 씨 글에 ‘용팔이’라는 단어 외에 욕설이나 비방이 없어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는 점도 참작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글을 올린 곳은 소비자들이 판매자에게 상품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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