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스님·외국 대사관 잘 안다” 수억 사기 정황…경찰 수사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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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사찰 관계자·외국 대사관 등 유명인 인맥 과시
잡지사 운영·중국 유물 매각 명목 수억 투자금 받아가
하동경찰서 “고소장 토대 사건 내용 확인 후 소환 방침”

하동경찰서 전경. 김현우 기자 하동경찰서 전경. 김현우 기자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지인들로부터 수억 원의 투자금을 받아간 60대 A 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A 씨가 모 사찰 스님, 주한 외국 대사관 등 유력인사와 친분이 높아 사기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경남 하동경찰서는 고액의 수익금을 미끼로 투자금을 받은 A 씨에 대해 수사에 들어갔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하동경찰서에 A 씨에 대한 고소장 1건이 접수됐다. 피해자 B 씨는 퇴직한 고위 공무원으로 A 씨의 대학 동기다.

두 사람은 2017년 우연히 다시 만났고, A 씨는 B 씨에게 사업에 대한 투자를 권유했다.

잡지사를 인수해 대기업과 불교계 홍보물을 다룰 예정이라며, 투자금 6억 원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한 이윤으로 잡지사 주식과 이자, B 씨의 가족을 감사로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A 씨는 유명 정치인과 모 사찰 스님과의 인맥을 자랑해 B 씨를 안심시켰다.

실제 A 씨는 사찰 관련 업무를 해왔고 서울의 한 대학 초빙교수로 활동한 이력도 있어 B 씨는 선뜻 A 씨에게 투자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초반에 10회에 걸쳐 1580만 원 정도의 이자가 지급됐을 뿐, 원금은 회수 되지 않았고 감사 채용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회사는 별다른 홍보물 유치 성과 없이 2018년 파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계속해서 빚 독촉에 나섰지만 A 씨는 또 다른 사업 이야기로 B 씨를 안심시켰다.

부모가 물려준 중국 유물을 옥션을 통해 팔겠다며 수십억 원의 수익을 약속했고, 이를 명목으로 또 다시 약 5억 원의 투자금을 받아갔다.

그러면서 B 씨를 안심 시키기 위해 2019년에 서울에서 유물 전시회를 개최했고 외국 대사관과의 친분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옥션에 유물을 내놨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고 심지어 유물은 다른 소유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5년여 동안 A 씨가 B 씨로부터 받아 챙긴 투자금은 10억 9270만 원에 달한다.

<부산일보> 취재 결과 피해자는 B 씨 뿐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하동경찰서에 접수된 피해자가 1명 더 있으며, 이 역시 5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현재 다른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이 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와 별개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최대한 빨리 수사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B 씨가 의지를 가지고 투자를 했을 뿐 사기는 아니다. 손실에 대해서는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경찰 조사와 별개로 반드시 돈을 갚을 생각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현재 B 씨 등의 고소장을 토대로 사건 내용을 정리 중이며, 조만간 A 씨를 소환해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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