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철의 어바웃 시티] ‘수변 도시’ 부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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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입니다.” 다소 뜻밖의 대답이었다. 질문은 “현대 뉴욕의 수변 계획(waterfront planning)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했던 한 사람만 말해 달라”는 것이었다. 산업화, 근대화 등 현대 도시의 시험장으로도 불리는 미국 뉴욕은 최근 도시 수변 지역의 대대적 재정비를 통해 다시 한번 뉴욕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참여했던 한국계 도시계획 전문가는 당시 뉴욕시장을 언급했다. 학자나 전문가를 기대했던 예상과 달랐다. 억만장자로 알려진 블룸버그는 미국 9·11테러 직후 취임해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뉴욕시 최초의 3선 시장으로 재직했다. 특히 그의 재직 시 시행된 뉴욕 수변 재정비는 시민의 수변 접근성을 증진하고, 낙후된 수변 지역의 산업과 주거 환경을 개선했다.

많은 해수욕장 불구 수변 향유 제한

뉴욕시 사례 참고, 도시 부활 도모

시장의 리더십과 정책 역량 쏟아야

비슷한 시기 2007년,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한강은 낙후된 주거지로 둘러싸여 도시의 배수로 역할을 했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이를 넘어서 시민 접근성과 친환경성 등 새로운 역할을 한강 수변에 부여해 한강의 가치를 높였다. 이와 함께 한강 수변의 낙후된 지역을 새로 정비해 서울의 가치를 한 번 더 높이려는 의도였다. 현재 젊은 층에 인기를 끄는 한강에서의 여유로운 수변 활동은 당시 이러한 계획 덕분이다. 이는 한강이 시민 생활의 중심이 되는 종합적인 관리 방향인 ‘한강 변 관리 기본계획’ 수립으로 이어졌다. 현재 한강 변 관리 기본계획은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근거를 둔 제도적 위상을 갖추고 있다.

부산도 비슷한 시기에 수변이 주목받았다. 당시 참여정부는 국가사업으로 2007년 북항 재개발사업 계획을 확정했다. 시민들의 친수 공간을 확대하는 방안이 중심이 되었다. “슬리퍼를 신고도 가서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견이 반영돼 북항 친수공간 개발 계획이 수립됐다.

서울시는 자체 재원으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진행했지만, 부산은 어찌 된 영문인지 정권이 바뀌고, 다시 바뀌어도 이 사업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가끔 주거·상업 개발의 소식만 들려올 뿐, 여전히 개발 이익과 사업성으로 인한 갈등만 불거진 채 사업은 진척이 없다. 이러는 사이 부산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수변 관리계획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사실 부산의 수변 자산은 서울을 압도한다. 서울 한강 변의 길이는 양변을 합해 약 83㎞에 불과하지만, 부산은 해안만 약 400㎞에 육박한다. 그러나 현재 부산 수변은 다양한 문제가 있다. 시민들의 수변 접근성은 해수욕장을 제외하고 거의 차단돼 있어 해양도시의 시민으로서의 이익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시민이 접근하는 수변 관광자원인 해수욕장은 전국 최악의 침식률인 80%에 이르러 모래를 인공적으로 계속 공급해 주지 않으면 곧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지난 시기에 번성했던 서부산과 원도심 수변의 노후 공업 지역은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 도시 쇠락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때 언급되던 해상택시, 페리 등 해상교통에 대한 논의도 실종된 상태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미래 기후위기 속에서 부산시민에게 숨통을 제공하던 해수욕장 주변도 과도한 개발과 매립으로 매우 취약한 수변이 되어 가고 있다.

부산 수변의 문제는 다른 여러 나라의 오래된 항구도시들도 대부분 가지고 있다. 뉴욕도 이런 문제를 갖고 있었다. ‘도시 주변부 되찾기’를 표방하며 1992년 처음 수립된 제1차 뉴욕 수변 관리계획의 출발도 도시 주변부로 밀려난 수변 지역의 산업과 주거지를 재생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연환경 복원과 수변 경관 보존을 시작으로 수영, 요트 등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양호한 수질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방안이 논의되었다. 블룸버그 시장 당시 제2차 계획에서는 시민들의 수변 접근성이 최우선 과제로 제시되었으며, 기후 레질리언스라는 목표가 추가됐다. 가장 최근인 2021년에 수립된 제3차 계획에서는 맨해튼과 다른 지역을 잇는 페리 등 수상교통 활성화와 적극적인 시민 참여 등 거버넌스를 추가하여 시민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뉴욕의 사례를 참고하여 수변 관리에 대한 노력을 천천히, 그렇지만 중단 없이 계속해야 한다. 부산의 수변은 시민에게 있어 소중한 곳이다. 도심 내 지천, 하천, 해변에서 시민들은 일상을 누리고 있다. 또한, 수변에 위치하는 가덕도 신공항과 부산항 신항을 통해 부산은 수변에서 세계를 잇는 관문으로 변화할 계기를 맞고 있다.

부산은 수변과 연계된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미래 세대의 이익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시장의 리더십과 계획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야 한다. 우리 미래 세대에게 남겨 줄 ‘수변 도시’ 부산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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