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 방산 수출, 성과도 좋지만 최대한 은밀해야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논설위원

2021년 시장점유율 2.8%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 실적
윤석열 정부 “세계 4위 목표”
무기 판매 도의적 책임 따라
의도치 않은 분쟁 초래 우려
드러내 놓고 자랑할 일 아냐

윤석열 정부의 무기 등 방산 수출 성과가 눈부시다. 지난달 27일 들려온 소식은 하나의 작은 사례다. 국내 한 방산업체가 호주로부터 대규모의 장갑차 계약을 따냈다는 게다. 2027년부터 총 129대의 장갑차를 비롯해 각종 군사설비를 납품하게 됐다는 내용인데, 그 규모가 최소 60억 호주달러(약 5조 2000억 원)에 이른다.

해당 업체는 내친김에 루마니아 등 동유럽으로 수출 전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계약 성공은 국산 장갑차 성능의 우수성과는 별도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두 차례(올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의 G7 정상회의와 지난달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 때)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만나 방산 수출 관련 의견을 나누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방산 수출이 급증했음은 올해 2월 발간된 〈국방백서〉에서 확인된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대규모 수주 계약이 잇따라 체결돼 한국의 방산 수출이 역사상 최대 규모인 173억 달러(약 22조 원)의 실적을 올렸다. 백서는 또 방산 수출 대상 지역이 중동·아시아 위주에서 유럽까지 확장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방산 수출은 돈으로 환산되는 이득이 많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대규모 고용효과도 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는 방산 수출에 공을 많이 들였다.

이명박 정부 때 방산업을 국방 개념에서 수출 개념으로 전환했고,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역시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이 덕분에 2016년만 해도 세계 방산 수출 시장에서 1% 점유율에 그쳤던 한국은 5년 만인 2021년에는 2배 이상 증가한 2.8%의 점유율로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폴란드와 124억 달러(약 16조 원)에 해당하는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은 그 절정이었다. 단일 계약으로는 한국 역대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였던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스페인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 방산 협력을 논의한 직후에 이루어진 성과였다.

어쩌면 윤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 될 수도 있겠는데, 여하튼 정부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방산 수출 시장점유율을 5%로 높여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의 방산 수출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즈음에서 돌아봐야 할 대목이 있다. 방산 수출은 살상 무기를 파는 행위인데, 이게 크게 늘었다고 해서 마냥 반길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무기를 수출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전쟁을 전제로 한다. 무기는 전쟁을 통해서만 가치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거칠게 말하면, 한국도 무기를 많이 팔기 위해서 점점 전쟁이 필요한 나라가 돼 가고 있는 셈이다.

방산 수출은 동전의 양면 같은 성격을 갖는다.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는 반기겠지만, 그 수입국과 갈등 중인 상대국은 무기를 파는 당사국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폴란드와 역대 최대 방산 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러시아 입장에선 이게 상당히 위험하게 비칠 수 있다. 폴란드가 무기를 수입하는 건 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러시아를 상대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어디까지나 폴란드라는 개별 국가와의 비즈니스일 뿐”이라고 아무리 주장해 봐야 러시아에 통하기 어렵다. 입장을 바꿔, 러시아가 북한에 대규모 무기를 수출한다면 우리 기분은 어떻겠는가.

도의적 명분으로도 방산 수출은 자랑거리가 못 된다. 수출되는 무기는 기본적으로 인명을 해치는 상품이고 그래서 당하는 쪽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이전 정부는 겉으론 평화를 강조하면서도 뒤로는 방산 수출 확대에 주력했다. 부끄러운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요컨대 방산 수출은 드러내 놓고 알릴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 마약 많이 팔았다고 자랑할 수 없는 것처럼.

방산 수출이 미래 성장 동력일 수는 있다. 특히 지금처럼 반도체를 비롯해 수출이 급감하는 현실에서 방산 수출 증대는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국가수반과 정부가 공개적으로 나서서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 대열에 오르겠다”고 외칠 일은 아니다. 방산 수출은 최대한 은밀하게 진행해야 한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