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정치 현수막 난립 ‘공해’ 막을 입법은 ‘공백’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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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현수막 난립 우려

2일 부산역 일대에 각 정당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일 부산역 일대에 각 정당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여야의 ‘정당 현수막’ 규제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부산시는 ‘입법 공백’으로 정당 현수막이 난립할 가능성을 우려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 규제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이 처리시한을 넘기며 선거 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현수막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여야는 지난달 선거 현수막 규제와 관련된 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인쇄물이나 현수막 등 시설물 설치 금지 기간을 ‘선거일 전 180일’에서 ‘선거일 전 120일’로 단축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정안 처리에 제동이 걸리며 7월 31일이라는 최종 처리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현수막’이란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의 이름,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는 현수막을 말한다.

이에 따라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현수막 등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90조는 효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선거 전 금지 규정이 사라지면서 도로 곳곳에 현수막 공해를 막을 법적 근거 마련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누구나 장소 제한 없이 현수막을 걸 수 있는 건 아니며 일반 현수막을 게시할 때처럼 신고 후 지정 게시시설 등에만 설치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총선 전 180일은 10월 13일인데, 그때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부산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현수막 난립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해당일까지 국회가 합의에 이르지 못 한다면 중앙선관위와 협의해 지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현수막 난립을 방지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법안 미비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강제성이 없기에 법을 통해 규제하는 만큼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부산시 정치현수막개선TF 김봉철 건축주택국장은 “가이드라인을 지킬 것을 각 시당에 요청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더 강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근거법마저 사라졌다”며 “실무자들이 겪을 어려움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사진=양보원 기자 bogiza@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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