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로 카르텔 규명”… 국힘, ‘순살 아파트’ 정국 이슈화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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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TF·감사원 감사도 추진
김기현 대표 “배후 철저히 가려야”
전 정부 부동산 실정 책임론 강조
정기국회 주도권 확보 셈법 깔려
긴급 고위당정협의회도 대책 논의
민주 “또 남 탓, 검찰 수사로 규명”

여권이 ‘순살 아파트’ 사태와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는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이 ‘순살 아파트’ 사태와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는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에서 ‘철근 누락’이 무더기로 확인된 이른바 ‘순살 아파트’ 사태와 관련,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는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이 사안이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주거’와 ‘안전’ 문제인 데다 전국으로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연계해 ‘건설 카르텔’ 문제를 정국 이슈로 부각, 정기 국회를 앞두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셈법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국민 생명을 내팽개친 지하주차장 공사의 배후를 철저히 가려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건축 이권 카르텔이 벌인 부패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LH를 겨냥, “배타적 사전 정보를 이용해 땅투기와 집테크를 한 사실이 들통나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됐던 공룡조직 LH가 건축 이권 카르텔의 ‘철근 누락’과 ‘부실시공’을 방조하기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문재인 정권 당시 주택건설 분야 최고위직을 담당했던 김현미·변창흠 두 전직 (국토부) 장관은 왜 이런 3불(부실 설계·시공·감리)이 횡행했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전 정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무량판 공법 부실 시공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조 추진과 함께 당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실 규모 정도를 볼 때 이번 사태는 LH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택 정책을 구조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번 계기에 전 정부 주택 정책 전반의 문제점을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여기에 당정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당정협의회까지 열었다. 윤 원내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당초 참석키로 예정했던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일정을 급히 취소할 정도로 긴급하게 소집된 회의였다. 정부에서는 한덕수 총리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이한준 LH 사장 등이, 대통령실에서도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모두 참석했다.

여권의 총력 대응은 이번 사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심각한 상황 인식을 반영한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건설 산업 이권 카르텔’을 지목하면서 전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윤 대통령은 6박 7일의 휴가에 돌입한 2일에도 참모진으로부터 관련 문제를 보고 받고 확실한 대책을 주문하는 등 이 문제를 직접 챙겼다. ‘반 카르텔 정부’를 표방한 윤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전 정부 부동산 실정과 연계된 이권 카르텔의 전형으로 보는 분위기다.

반면 민주당은 여권의 행보에 대해 “또 남 탓 타령” “물타기”라며 국조 대신 검찰 수사로 밝히자고 맞받았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전 정부 탓을 하며 국정조사(필요성)를 제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책임론과 선을 긋겠다는 물타기 의도”라고 비판하면서 “국정조사보다는 비리가 있는 문제는 검찰이 수사하고, 국토교통부가 책임지고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하라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국조 요구 등 야당의 공세를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른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서울~양평고속도로 국정조사를 못 하게 하려는 전략 같다”며 “건설업계의 누적된 문제를 전 정부 탓으로 돌려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속내가 뻔히 보인다”고 혹평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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