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에 홍범도까지… 여야, 과거사 이념 공방 소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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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정율성, 공산 침략 부역자”
호남서 논란 일자 거센 몰아치기
홍범도 흉상 철거, 여권서도 비판
민주 “공산주의 프레임 인식 저열”

육사 교내 설치된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연합뉴스 육사 교내 설치된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연합뉴스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돼온 역사·이념 논쟁이 현 정권에서도 재현될 조짐이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처음 문제를 제기한 ‘정율성 기념공원’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산 침략의 부역자를 우상화할 수 있느냐”며 이를 추진 중인 광주시와 더불어민주당을 연일 성토하는 반면, 민주당은 군이 최근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철거를 추진하는 데 대해 “공산주의 프레임을 씌워 독립운동의 역사마저 지우려는 것”이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율성 기념공원의 경우, 광주 지역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면서 여권의 드라이브에 힘이 실린 반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군이 오버해도 너무 오버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 독립군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해 독립기념관 등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정했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공산주의 경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홍범도 장군의 소련 볼셰비키당 가입 전력이 흉상 철거 배경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홍범도 장군은 광복과 남북 분단 이전인 1943년 카자흐스탄에서 타계했고, 역대 정부도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그의 공을 인정해 2021년 8월 78년 만에 그의 유해가 공군의 호위를 받으며 고국으로 돌아온 바 있다. 이에 그의 공산당 가입 전력을 문제 삼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독립운동 주역들의 흉상을 이전하는 대신 한국군 창설의 주역인 백선엽 장군과 맥아더 장군, 4년제 육사 창설을 이끈 밴플리트 미국 장군 등 6·25 전쟁 영웅 흉상을 건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느닷없이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언급하더니, 이제는 독립 영웅들에게도 공산주의 프레임을 씌워 독립운동의 역사마저 지우려는 것이냐”며 “독립영웅 흉상은 철거하고 백선엽 흉상을 세운다는 윤석열 정부, 순국선열들이 지하에서 통곡하고 계신다”고 비판했다. 여권 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페이스북에서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한다”며 “그건 반 역사이고, 매카시즘으로 오해 받는다”고 밝혔다. 김웅 의원도 “독립운동에 좌우가 따로 있는가. 좌익에 가담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도 지워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흉상 철거 관련 당 공식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광주시가 기념공원 조성 등을 추진하는 음악가 정율성에 대해서는 “공산 침략의 부역자”라며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백경훈 상근부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정율성이란 인물이 중국 공산당과 북한 군부 관련 활동을 했다는 점은 누가 뭐라 해도 사라지지 않는 사실”이라며 “국민 세금 48억 원을 들여 정율성 기념공원을 짓는 것은 독립과 민주주의의 역사를 지켜온 광주시민에 대한 모욕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광주 태생으로 중국 3대 음가로 꼽히는 정율성은 항일운동을 하다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했으며, 6·25 전쟁 당시 중공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 활동을 한 후 중국으로 귀화했다. 광주시가 ‘정율성로’ ‘정율성 생가’ 복원에 이어 기념공원을 추진하는 데 대해 박민식 장관은 지난 22일 “안중근, 윤봉길도 못누리는 호사를 누려야 할 만큼 그가 대단한 업적을 세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광주 지역에서도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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