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미래 반짝이는 낙동강 하굿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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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텐’이란 개념이 있다. 도시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열 가지 장소를 뜻한다. 광장이나 거리, 동네 시장이 될 수 있고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포함된다. 성공적 도시는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곳이 열 곳 이상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부산은 매력적인 도시다. 광안대교, 해운대는 세계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부산은 매직 텐이 있는 도시인가? 쉽게 답할 수 없다. 파리와 뉴욕, 런던처럼 세계적 수준의 공원이나 도서관, 거리가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매직 텐의 도시로 도약하려면 공공 디자인의 관점이 요구된다. 기능과 효율 중심이었던 부산의 인프라를 사람이 찾고 싶은 경험의 공간으로 재편해 도시 곳곳을 매력이 넘치는 장소로 변화시켜야 한다.

최근 낙동강 하굿둑이 새롭게 태어나 부산이 매직 텐 도시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공공 디자인이 적용되면서 1987년 준공된 지 36년 만에 기능 중심의 시설에서 사회적 교감이 일어나는 경험의 공간으로 재편된 것이다. 그동안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하굿둑은 지역 사회의 번영을 위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 왔다. 바닷물의 역류를 막아 먹는 물을 생산하고, 부산과 경남을 잇는 도로 역할도 담당해 왔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부산을 세계적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그 의미를 넓혔다.

먼저, 바뀐 외관은 ‘삼도귀범(三島歸帆)’을 모티브로 한 범선 모양을 적용했다. 삼도귀범은 낙동강 하구 삼도(쥐섬, 솔섬, 오리섬)에서 낙조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범선의 모습을 뜻한다.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위상에 걸맞게 낙동강 하구의 낙조와 범선의 이미지를 녹여낸 것이다. 종전 투박한 육각형의 상단 구조물은 철거돼 만날 수 없다. 대신 유리 패널이 붙은 종이배 모양의 세련된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 높이 50m 위에 강과 바다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만들어졌다. 시민들은 지금까지 하굿둑 상부로는 갈 수 없었다. 이제는 전망대 실내에서 체험형 미디어아트 작품 감상을, 옥상에서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바깥 경치를 즐기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셋째, 야간에 경관용 조명이 불을 밝힌다. 하굿둑 550m에 설치된 2200개 램프가 날씨와 바람, 철새 등 6개 장면을 하루 3시간 동안 연출한다.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고, 날씨 정보를 제공하며, 새가 날아가는 장면까지 빛으로 표현된다. 아직 시범 운영 중인데도 인스타그램 등 SNS에 사진이 올라올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향후 하굿둑은 서부산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부산의 균형발전이라는 점에서 하굿둑의 재발견은 큰 의미를 지닌다. 부산 서쪽 낙동강은 동부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하굿둑 경관 리모델링으로 낙동강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낙동강은 다대포의 낙조를 비롯해 을숙도의 생태, 을숙도문화회관과 부산현대미술관의 문화 예술, 부산에코델타시티의 스마트빌리지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문화·생태·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새롭게 태어난 낙동강 하굿둑은 이러한 자원을 하나의 관광 코스로 연결하는 고리이자, 부산을 매직 텐의 도시로 이끄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10월 초 낙동강 하굿둑 경관 조명 점등식과 함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음악회가 진행된다. 매직 텐 도시를 향한 부산의 새 출발이자 지역 발전을 고대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모이는 순간이다. 자, 이제 낙동강 하굿둑으로 가자. 둑을 따라 걷고 높은 곳에 올라 낙동강과 바다, 그리고 철새의 비상을 함께 즐겨보자. 멋진 야간 조명은 사진으로 담자. 빛으로 반짝이는 만큼 부산의 미래가 밝아지길 희망하며.

손민석 한국수자원공사 부산권지사 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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