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이틀 남기고 돌연 일정 연기…장애아동 학부모 ‘분통’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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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시설 공사 지연 탓…일주일 연기 문자로 통보
긴급 돌봄 운영 불구 일정 불투명 학부모 답답함 호소

경남 진주시의 한 공립 특수학교가 개학 이틀을 남겨두고 학부모들에게 돌연 개학 일정을 연기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의 한 공립 특수학교가 개학 이틀을 남겨두고 학부모들에게 돌연 개학 일정을 연기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의 한 공립 특수학교가 개학 이틀을 남겨두고 학부모들에게 돌연 개학 일정 연기를 통보했다. 잦은 비로 방수공사와 전기공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인데 향후 개학 시기조차 불투명해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남교육청과 진주 A 공립특수학교 등에 따르면 당초 A 학교는 지난 7월 17일 여름방학에 들어가 9월 1일 자로 개학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개학을 이틀 앞둔 30일 오전, 학부모들은 교사로부터 개학이 일주일 연기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전화도 아닌,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전부였다.

A 학교는 현재 초등학생부터 20대 초까지 229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대부분 지체장애나 지적장애를 앓고 있어 일반 아동에 비해 상황을 인지시키거나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맞벌이 부부 등 아이를 돌보기 힘든 환경에 놓은 학부모들도 적지 않은데,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개학을 연기한 셈이다.

한 학부모는 “일주일도 아니고 이틀 전에 개학을 연기한다고 통보하는 게 말이 되나. 아이들이나 학부모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교육 행정”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개학이 일주일 연기된 건 학교 시설 공사 탓이다. A 학교는 지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나 시설이 크게 낙후돼 있다.

때문에 경남교육청은 올 여름에 학교 건물 외벽 도장과 옥상 방수, 창호교체, 에어컨 실외기 이설 공사 등을 계획하고 사업을 발주했다. 원활한 공사를 위해 방학기간을 2주일 정도 늘렸고, 특히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8월에는 돌봄교실조차 운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여름 유독 잦았던 비 소식에 발목이 잡혔다.

A 학교 관계자는 “비가 와서 방수공사와 전기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에어컨도 설치가 안 된데다 방수도 안 돼 교실에 비가 새고 있어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주도 비가 온다고 해서 감전 위험이 있어 결국 개학을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일단 긴급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은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돌봄교사와 교육 커리큘럼 등이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아직 공사가 진행되는 중이어서 소음과 안전사고 우려도 적지 않다.

심지어 현재 교실에 에어컨이 없어 임시로 설치해 운영해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일주일 뒤에 반드시 개학을 한다는 보장조차 없다.

비소식이 꾸준히 잡혀 있어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될 지 미지수다. 당장 대안이 없는 일부 학부모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9월에는 정상 수업이 진행될 거라고 생각해서 미뤄뒀던 업무들을 처리하려고 계획했는데 틀어졌다. 긴급 돌봄이라고는 하지만 통학버스도 없는데다 아이들 점심조차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다. 일주일 뒤에는 무조건 개학한다고 하는데 이것조차 알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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