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빼곤 노잼? 알고 보면 ‘은근잼 도시’ 대전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철도 도시 대전의 ‘소제동 철도 관사촌’
카페·음식점 아기자기한 젊음의 거리로
도지사 공관 등 관사 마을 ‘테미오래’
전시·놀이·휴식 복합문화공간 탈바꿈
엑스포 타워에 올라 도심 전망 즐기고
녹음 가득 한밭수목원에선 한갓짐을

대전 여행은 튀김 소보로와 부추빵 등으로 유명한 성심당으로 시작해서 성심당으로 끝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을 거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여행한다면, 은근히 재미있는 도시가 대전이다. 대전 중구 성심당 본점에 있는 튀김 소보로 조형물. 대전 여행은 튀김 소보로와 부추빵 등으로 유명한 성심당으로 시작해서 성심당으로 끝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을 거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여행한다면, 은근히 재미있는 도시가 대전이다. 대전 중구 성심당 본점에 있는 튀김 소보로 조형물.

‘노잼 도시’. 대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산이나 바다, 강 등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경치나 오랜 전통과 유서가 있는 사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즐길 거리도 많지 않지 않은 데다, 지역 대표 음식도 딱히 없어 재미가 없는 도시라는 것이다. 대전에 사는 사람들도 대부분 인정한다. 몇 년 전에는 ‘지인이 대전에 온다면 성심당에 들렀다가 집에 보낸다’는 셀프 디스(자기 비하) 게시물이 인터넷 공간에서 밈(meme)처럼 확산하면서 화제가 됐다. 대전에 가면 성심당에 먼저 들러 빵을 잔뜩 산 뒤 하루 종일 빵을 조금씩 먹으면서 여행하면 ‘유잼(재미가 있음)’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대전에는 정말 빵집 하나 말곤 제대로 된 볼거리도, 놀 거리도 없는 걸까. 선입견이나 편견만 훌훌 털어버린다면, 대전이 은근히 재미있는 도시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대전에 사는 가족과 지인이 추천하는 여행지 몇 곳에서 대전의 숨은 매력을 만났다.

소제동 철도 관사촌의 한 카페. 대전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철도 관사촌은 일제강점기에 조성돼 철도 도시 대전의 근대사를 오롯이 품었다. 철도 관사촌의 건축적, 공간적 특징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소제동 철도 관사촌의 한 카페. 대전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철도 관사촌은 일제강점기에 조성돼 철도 도시 대전의 근대사를 오롯이 품었다. 철도 관사촌의 건축적, 공간적 특징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입구에 고이 드리운 담쟁이덩굴과 장독으로 만든 테이블이 인상적인 가게. 입구에 고이 드리운 담쟁이덩굴과 장독으로 만든 테이블이 인상적인 가게.
철도 관사촌의 카페와 음식점들은 대부분 기와집 형태다. 집의 뼈대와 외관은 최대한 보존하고 그 위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혔다. 철도 관사촌의 카페와 음식점들은 대부분 기와집 형태다. 집의 뼈대와 외관은 최대한 보존하고 그 위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혔다.
철도 관사촌을 찾았다면 꼭 들러야 하는 관사 16호. 남아 있는 관사 중 건물 외관과 내부가 가장 잘 보존돼 있는 곳이다. 철도 관사촌을 찾았다면 꼭 들러야 하는 관사 16호. 남아 있는 관사 중 건물 외관과 내부가 가장 잘 보존돼 있는 곳이다.
철도 관사촌 곳곳에는 재개발이 추진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과 대전시의 관사 보존 방침에 반대하는 현수막, 이에 맞서 관사를 보존해야 한다는 현수막도 보인다. 철도 관사촌 곳곳에는 재개발이 추진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과 대전시의 관사 보존 방침에 반대하는 현수막, 이에 맞서 관사를 보존해야 한다는 현수막도 보인다.

■뉴트로 골목 여행의 성지 ‘소제동 철도 관사촌’

대전은 철도와 함께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01년 일제가 경부선 철도 공사를 시작했고, 이후 호남선도 부설하면서 대전은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점이자, 철도의 중심지가 됐다. 일제는 소제동에 있던 연못(소제호)을 매립한 뒤 철도 노동자들이 거주할 관사를 지었다. 철도 관련 인력이 대전으로 모여 들었고 마을이 형성됐다.

철도 관사촌은 대전역 뒤쪽에 있는 동광장의 북동쪽에 넓게 자리한다. 일제강점기에 100채 정도 있던 집들은 6·25전쟁 당시 피폭과 이후 급격한 도시화를 겪으며 현재 40여 채만 남아 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말단 직원들이, 번듯한 집들은 간부급 직원들이 살았다. 이후 관사촌은 하나둘 빈집이 되고, 개발의 바람에서 비켜나 슬럼화돼 간다. 그랬던 철도 관사촌이 젊은이들 사이에 ‘핫플’로 떠오른 건 2010년대 중반. 레트로 바람이 불면서 고스란히 간직해 둔 옛 모습에 새로움을 더한 카페와 음식점으로 속속 생겨나면서다.

대동천과 맞닿은 구획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음식점이 특히 많다. 옛집의 뼈대와 외관은 최대한 존치하고, 내부엔 현대적인 감각을 덧댔다. 공구 거리에 특색 있는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선 부산의 전포동 카페거리(전리단길)를 떠올리게 한다. 가게들은 대부분 기와집 형태다. 대문과 담장은 사라지고, 저마다 크고 작은 뜰을 품고 있다. 몇몇 가게엔 대문 기둥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기둥 너머 뜰과 함께하는 풍경에선 예스러움이 느껴진다. 잘 가꾸어진 정원도, 장독으로 만든 테이블도, 가게 입구에 고이 드리운 담쟁이덩굴도 개성이 넘친다.

관사 16호는 꼭 한 번 들러야 하는 곳이다. 남은 관사 중 건물 외관과 내부가 가장 잘 보존돼 있는 곳이다. 전시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기도 했고,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 공간으로도 활용되기도 했다.

관사 16호가 있는 구획에서 동광장로 너머에 있는 철도 관사촌의 골목골목을 걸어 본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골목길 옆으로 낡고 오래된 집들이 이어진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하다. 철도 관사촌 곳곳에는 재개발이 추진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과 대전시의 관사 보존 방침에 반대하는 현수막, 이에 맞서 관사를 보존해야 한다는 현수막도 보인다. 개발과 보존의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역동적인 공간이다.

관사 17호 마당집, 관사 51호 두충나무집, 마당을 빽빽이 채운 대나무숲이 멋진 카페 ‘퐁뉴가’ 등 문화재로 등록되거나 아트 갤러리로 활용됐던 관사를 직접 찾아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옛 충남도지사 공관. 공관에서는 사무적이고 딱딱한 느낌의 응접실도, 일본 전통 양식의 접대 공간도 볼 수 있다. 옛 충남도지사 공관을 비롯한 관사들은 우리나라와 일본, 서양의 건축 양식이 어우러져 있다. 옛 충남도지사 공관. 공관에서는 사무적이고 딱딱한 느낌의 응접실도, 일본 전통 양식의 접대 공간도 볼 수 있다. 옛 충남도지사 공관을 비롯한 관사들은 우리나라와 일본, 서양의 건축 양식이 어우러져 있다.
테미오래는 옛 충남도지사 공관과 1~3호, 5~10호 관사 등 총 10개 건물로 이뤄져 있다. 현재 근대 역사를 알리는 공간이나 다양한 전시와 체험, 문화·예술 프로그램들로 채워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테미오래는 옛 충남도지사 공관과 1~3호, 5~10호 관사 등 총 10개 건물로 이뤄져 있다. 현재 근대 역사를 알리는 공간이나 다양한 전시와 체험, 문화·예술 프로그램들로 채워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테미오래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인 2호 관사(테마 놀이터). 어린이들이 오락실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테미오래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인 2호 관사(테마 놀이터). 어린이들이 오락실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전통 놀이인 사방치기. 2호 관사에서는 전통 놀이를 비롯해 보드 게임, 오락실 게임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전통 놀이인 사방치기. 2호 관사에서는 전통 놀이를 비롯해 보드 게임, 오락실 게임 등을 체험할 수 있다.
5호 관사(테미메모리)는 관사에 거주했던 고위 공무원들의 서재와 주방 등 옛 공간을 재현해 놓았다. 5호 관사(테미메모리)는 관사에 거주했던 고위 공무원들의 서재와 주방 등 옛 공간을 재현해 놓았다.
6호 관사(테미갤러리)에서는 개인 전시 ‘소형 개인전-COLOR THERAPY’가 열리고 있다. 6호 관사(테미갤러리)에서는 개인 전시 ‘소형 개인전-COLOR THERAPY’가 열리고 있다.
테미오래에서는 여러 관사를 돌며 스탬프를 찍는 미션도 수행해 볼 수 있다. 관사를 돌며 공무원 결재 서류를 본뜬 스탬프 투어북에 도장을 찍어 7호 관사(테미살롱)로 가면 기념품을 준다. 테미오래에서는 여러 관사를 돌며 스탬프를 찍는 미션도 수행해 볼 수 있다. 관사를 돌며 공무원 결재 서류를 본뜬 스탬프 투어북에 도장을 찍어 7호 관사(테미살롱)로 가면 기념품을 준다.
테미오래에서 2호 관사만큼 인기가 있는 7호 관사 ‘테미살롱’. 테미오래에서 2호 관사만큼 인기가 있는 7호 관사 ‘테미살롱’.

■옛 충남도지사 공관과 공무원 관사 ‘테미오래’

대전은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이전해오면서 충청도의 중심이 됐다. 도지사 공관을 중심으로 주변에 고위 관료들의 관사가 세워지며 마을을 이뤘다. 행정 관사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 곳은 전국에서 유일하다. 대전이 1989년 직할시로 승격된 뒤 충남도청은 2013년 홍성으로 완전 이전했다. 대전시는 관사촌으로 불렸던 이곳을 매입해 2019년 복합문화공간인 ‘테미오래’로 개방했다.

테미오래 건물들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터 시작해 1970년대까지 지어졌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서양식 건축 양식이 어우러졌다. ‘테미’는 ‘둘러쌓은 작은 산성’을 뜻하는 옛말이며, ‘오래’는 ‘골목에 대문이 마주하는 집이 몇 채 있는 마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테미오래는 옛 충남도지사 공관과 1~3호, 5~10호 관사 등 총 10개 건물로 이뤄져 있다. 옛 충남도지사 공관에서는 ‘6·25전쟁과 이승만 대통령, 옛 충남도청 관사촌에서 5일간의 기록’ 상설 전시가 진행 중이다. 공관 주변 정원에서는 등 굽은 노송이 그늘을 만들어줘 아늑하다. 옛 충남도지사 공관을 지나 가장 먼저 만나는 1호 관사에서는 정기적으로 기획 전시가 열린다.

테미오래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2호 관사(테마 놀이터)다. 투호와 같은 전통 놀이를 비롯해 보드 게임, 오락실 게임, 메타버스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체험 시간은 1시간 또는 1시간 30분 단위(하루 5회)로, 테미오래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네이버 예약)을 하면 이용할 수 있다. 휴식 공간인 7호 관사(테미살롱)도 인기다. 카페처럼 꾸며진 곳에서 커피(무료)를 마시며 무선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다.

5호 관사(테미메모리)는 고위 공무원들의 서재와 주방 등 옛 생활 공간을 재현해 놓았다. 흑백 TV와 아날로그 전화기, 사진기와 전축, 영사기, 주판, 오래된 가구 등을 둘러보며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6호 관사(테미갤러리)는 전시 공간이다. 나머지 관사들은 테미오래 운영 센터나 지역 청년 예술가들의 공방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전 최고의 전망은 엑스포 타워에 있다. 엑스포 타워 38층 스타벅스 매장에서 대전 도심을 전망하며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대전 최고의 전망은 엑스포 타워에 있다. 엑스포 타워 38층 스타벅스 매장에서 대전 도심을 전망하며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엑스포 타워 38층 스타벅스 매장에서 바라본 한빛탑과 엑스포 과학공원 일대 전경. 엑스포 타워 38층 스타벅스 매장에서 바라본 한빛탑과 엑스포 과학공원 일대 전경.

■대전의 매력 ‘엑스포 타워’와 ‘한밭수목원’

어떤 대도시든 도시의 전경을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기 마련. 대전 최고의 전망은 엑스포 타워에 있다. 2021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 과학공원 부지에 신세계백화점 아트앤사이언스점과 엑스포 타워(호텔·사무실·카페 등)가 들어섰다. 대형 백화점과 마천루가 들어서면서 엑스포 과학공원 일대는 관광 명소가 됐다.

엑스포 타워는 대전에서 가장 높은 건물(42층·193m)이다. 마천루가 즐비한 서울과 부산에서는 그다지 높은 건물이 아니겠지만, 두 도시를 제외한 비수도권에서는 가장 높은 비주거용 건물이다. 엑스포 타워엔 커피를 마시며 대전의 도심을 전망할 수 있는 곳이 있다. 38층에 있는 스타벅스와 39층에 있는 폴바셋이다. 삼삼오오 탁 트인 대전 도심을 조망하며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즐길 수 있다. 두 매장으로 가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면 1분도 안 돼 도착한다.

엑스포 타워와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한밭수목원에 들렀다. 한밭수목원은 정부대전청사와 엑스포 과학공원으로 이어지는 녹지 축의 중앙에 위치한 전국 최대 규모의 도심 속 인공수목원. 총 면적이 39만 4000㎡나 되는 수목원은 대전엑스포 시민광장을 남북 축으로 해서 동원과 서원으로 나뉜다. 동원에 있는 암석원, 열대식물원, 허브원, 장미원, 장미과원과 서원에 있는 소나무숲, 굴참나무, 습지원, 단풍신갈나무숲, 명상의숲은 수목원 명소 10선이다. 연못에 수련이 드리워진 습지원 정자에 오르면 고요한 풍경 속 유유자적하는 나그네가 된 듯하다. 장미원에 들어서면 중세 유럽의 정원에 있는 듯한 행복한 착각에 빠진다. 주말인데도 수목원엔 인적이 많지 않다. 인간을 위한 인공적인 공간은 사람들로 늘상 번잡하지만, 한밭수목원은 여느 다른 도시의 수목원과 다른 한갓짐이 매력이다. 도심 한복판에 수목원이 있는 것도 참 부럽다.

한밭수목원은 식물유전자원의 보호를 위해 동원과 열대식물원은 월요일, 서원은 화요일 휴원한다. 야간엔 개방하지 않기 때문에 하절기와 동절기 개방 시간을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단체 방문객(10명 이상)에 대해서는 수목원 해설(한밭수목원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도 진행한다. 글·사진=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연못에 수련이 드리워진 습지원의 정자에 오르면 풍성한 녹음 위로 대전 시내의 높은 건물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밭수목원에는 대전이라는 도시가 가진 여유와 넉넉함이 가득하다. 연못에 수련이 드리워진 습지원의 정자에 오르면 풍성한 녹음 위로 대전 시내의 높은 건물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밭수목원에는 대전이라는 도시가 가진 여유와 넉넉함이 가득하다.
한밭수목원의 명소인 장미원. 선명한 장미꽃의 색감이 황홀하다. 중세 유럽의 정원에 있는 듯한 행복한 착각에 빠진다. 한밭수목원의 명소인 장미원. 선명한 장미꽃의 색감이 황홀하다. 중세 유럽의 정원에 있는 듯한 행복한 착각에 빠진다.
한밭수목원에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조경 양식 ‘화계’. 몇 개의 계단을 만들고 계단마다 꽃과 나무를 심은 정원이다. 한밭수목원에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조경 양식 ‘화계’. 몇 개의 계단을 만들고 계단마다 꽃과 나무를 심은 정원이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