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는 펄펄 나는데…클린스만호, 힘겨운 첫 승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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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상대 평가전서 1-0 승리
클린스만 감독 6경기 만에 첫 승
골 결정력·전술·빌드업 보완 시급
일본은 튀르키예 4-2 꺾고 4연승
4경기에서 18득점 파괴력 과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조규성(가운데)이 1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32분 선제 헤더 골을 터트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조규성(가운데)이 1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32분 선제 헤더 골을 터트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클린스만호가 드디어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경기력에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많이 남겼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조규성(FC미트윌란)의 선제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 1-0으로 이겼다.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이후 6경기 만에 거둔 첫 승이다.

지난 2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5경기에서 3무 2패로 승리가 없었다. 1992년 대표팀 전임 감독제 도입 이후 데뷔 5경기까지 승리를 못 거둔 사령탑은 클린스만 감독이 처음이다. 성적도 문제였지만, 기대에 못 미친 경기 내용에 팬들의 실망감이 컸다.

이날 사우디전도 이기긴 했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답답한 경기력이었다. 사우디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4위로 한국(28위)보다 많이 처진다. 최근 A매치에선 5연패를 당했는데, 매 경기 2∼3골을 실점한 팀이다. 더구나 사우디 프로축구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유럽의 스타 선수들을 영입한 탓에 대표팀 상당수가 소속팀 내에서 출전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1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 대표팀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1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런 팀을 상대로 1-0 승리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날 클린스만호는 슈팅 수 19-7개, 유효슈팅 9-2개로 사우디에 앞섰다. 지난 8일 웨일스와 평가전에서 기록한 슈팅 3개, 유효슈팅 1개에 비하면 나아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골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드러냈고, 날카로운 침투패스나 빠른 돌파를 통한 결정적인 기회 창출은 많지 않았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중심으로 이재성(마인츠05),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등 공격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한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 이어졌다.

오히려 상대의 공격에 여러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중심을 잡으면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전반적으로 후방에서의 소통 미숙과 불안감은 여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클린스만호는 6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클린스만호는 6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연합뉴스

클린스만호의 아쉬운 경기력은 일본 축구의 가파른 상승세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 대표팀은 지난 9일 ‘전차군단’ 독일을 4-1로 완파한 데 이어, 유럽의 강호 튀르키예마저 4-2로 물리쳤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우승후보 독일과 스페인을 꺾으며 아시아 국가 중 최고 성적을 거둔 일본은 이후 A매치에서도 무서운 기세로 강호들을 제압하고 있다. 3월 A매치에서 우루과이(1-1), 콜롬비아(1-2패)를 상대로 1무 1패를 기록한 일본은 6월 A매치에선 엘살바도르를 6-0, 페루를 4-1로 대파했다. 이번 9월 A매치에서도 독일, 튀르키예를 완파하면서 A매치 4연승을 달렸다. 4연승 기간 일본은 무려 18골(4실점)을 몰아치는 폭발력을 과시했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한국 대표팀은 6경기 만에 겨우 첫 승전보를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호언한 공격축구가 무색하게 6경기 동안 고작 5골(6실점)을 넣는 데 그쳤다. 일본이 크게 이긴 엘살바도르와 1-1 무승부, 페루엔 0-1로 져 객관적 전력에서도 열세를 보였다.

일본 축구 대표팀의 나카무라 게이토가 13일(한국시간) 벨기에 헹크에서 열린 튀르키예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있다. 일본이 튀르키예에 4-2로 이겼다. AFP연합뉴스 일본 축구 대표팀의 나카무라 게이토가 13일(한국시간) 벨기에 헹크에서 열린 튀르키예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있다. 일본이 튀르키예에 4-2로 이겼다. AFP연합뉴스

일본은 9월 A매치 엔트리 27명 중 유럽파가 19명이나 된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의 면면을 볼 때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재성 등 한국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결코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결과에서 극심한 차이가 나는 건 지도력 부재를 꼽지 않을 수 없다.

6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지만, 무색무취한 전술·불안한 빌드업·공수에서의 조직적인 연계 부족 등 클린스만 감독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재택근무’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1승에 만족할 게 아니라, 클린스만 감독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한국 대표팀의 다음 일정은 튀니지, 베트남과 10월 A매치 2연전을 갖고 11월부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 들어간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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