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통 지키되 소비자 눈높이 맞게 끊임없이 변화 추구”
김현우 혼수예단 전문점 송학사 대표
3대에 걸쳐 전통 계승한 가족 업체
2019년 중기부 ‘백년가게’ 선정돼
“지역 대표 상품 개발, 사업 다각화”
송학사 김현우 대표와 김건식 원장, 이영자 대표, 김현정(왼쪽부터) 실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통이라고 해서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지키면서 시대에 따라 모습을 바꿔가며 발전시켜야 합니다.”
부산 동구 범일동에 있는 혼수예단 전문점 송학사 김현우 대표는 사업 철학이자 인생 신조를 이렇게 밝혔다.
송학사는 1969년 창업됐으며, 김 대표의 할머니인 이편순 여사가 1대 대표였다. 2대는 김 대표의 아버지인 김건식 원장, 어머니 이영자 대표이다. 현재 3대에 걸쳐 김 대표와 동생인 김현정 실장이 송학사의 50여 년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이 업체는 혼례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전통 예법을 알려주고 준비하는 과정도 돕고 있다. 김 원장은 혼인을 청하는 혼서지, 예절을 갖춰 보내는 예장지를 정성 들여 붓글씨로 쓰고 있고, 전문혼례예절사 자격증을 보유한 김 대표는 모든 결혼 관련 업무를 고객들에게 컨설팅해 주고 있다. 여기에 이 대표는 이불 혼수를, 포장 전문가인 김 실장은 예단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일을 맡고 있다. 이처럼 온가족이 일하는 송학사는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김 대표는 “전통 혼례의 절차와 격식을 따라가 보면 결혼식 전에 신랑 집에서 신부의 집으로 보내는 봉채함 속에 반드시 사주 단자와 혼서지를 넣었다”며 “신랑 아버지가 정성 들여 혼서지를 작성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 내용과 형식이 어렵고 복잡한 데다 전통적인 붓글씨에 익숙하지 않기에 우리 업체에서 대행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학사는 요즘 사업 다각화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다. ‘디자인 송학’이라는 회사를 창업해 다양한 공예품의 디자인·제작·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명함 케이스, 컵 받침, 부채 등의 상품은 최근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수상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온라인이나 SNS 홍보를 강화하고 혼수를 중심으로 공예품, 기념품 등 부산을 대표하는 제품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통 부채와 부산을 상징하는 동백 문양을 넣어 자개로 만든 컵 받침대, 손 거울, 명함 지갑 등을 디자인하고 제작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혼례용품과 어울리고 우리 전통 문화에도 맞는 디자인을 찾고 개발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혁신을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중의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15년 전 대를 이어 송학사 대표를 맡으면서 업체 운영과 제품 판매에 많은 변화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는 “결혼식 자체가 ‘문화 사업’이라는 생각으로 업체를 경영하고 있다”며 “현실에 맞게 혼례 문화를 조금 더 다듬고 보편화하는 것은 물론 예법의 틀 안에서 혼례 문화를 활성화하려고 한다. 고유의 혼례 문화를 널리 알려나가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결혼 예절이 편리함, 간소화라라는 이름 아래 사라져가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거창하게 가업을 잇는다는 생각보다는 혼서지의 의미나 이런 물건들이 왜 필요한지 그 뜻과 의미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래서 이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일하고 있다”며 “전통을 지키되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송학사의 장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
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