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가속노화 극복 도시로
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가속노화(accelerated aging) 사회이다.
가속노화는 제품 테스트에서 정상적, 자연적 상황이 아니라 온도, 운동 등을 가혹하게 해 제품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한 방법이자, 의학에서는 생애 스트레스나 텔로미어 등 유전적 요인으로 조기 노화되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희원 노인병 전문의는 인간의 몸이 빠르게 노화되는 현상을 가속노화로 명명하고 이를 저지하고 건강한 노화를 유지하는 방법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가속노화를 경험하고 있다. 첫째는 빠른 고령화이다. 2020년 우리나라 고령화 순위는 OECD 국가 내 29위였지만 10년 만에 9위로 올라서게 되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가속노화 국가가 된다. 둘째는 고단한 근로와 외로운 생애 경험이다. 오랫동안 세계 최장 노동시간 국가였고 지금도 근로시간은 OECD 회원국 중 5위다.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는 전쟁 같은 일터에서 우리는 살아남아야 했다. 무한 생존경쟁과 고립으로 인해 행복지수 중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친척, 친구, 이웃이 있다”는 비율은 OECD 국가 중 꼴찌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종합 행복지수는 낮은 편이다. 셋째는 마땅한 사회적 보장이 부실해 팍팍한 노후 삶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2%로 OECD 가입국 중 최고다. 노후 공적 이전소득은 최하 수준이고 근로소득 비중은 최고 수준이다. 은퇴 이후에도 공적 소득보장이 취약해 최저 생활이라도 하려면 한계 일자리에서 고령의 육신이라도 움직여야 하는 정말 고달픈 나라인 것이다. 세계 최고의 노인자살률은 가속노화 한국에서 등장하는 비극적 단면이다.
가속노화를 극복하는 대안적 도시 방향은 무엇인가. 개인과 사회가 높은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로 인한 인구 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축소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첫째, 가장 나쁜 일자리에서 가장 빨리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일자리에서 가장 오래 머물 수 있는 인적자원개발역량(‘직업력’) 최고 도시로 재설계가 필요하다. 고령화율뿐 아니라 베이비부머 비중이 대도시 중 가장 높은 부산에 50+세대를 위한 유능한 플랫폼과 일자리 지원 인프라를 쇄신하는 것이 지금 당장 절실하다. 둘째는 경쟁력있고 혁신적인 산업과 기업이 풍부한 ‘지역력’ 도시가 되어야 한다. 셋째는 영유아, 아동, 장애인, 노인의 돌봄 및 복지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살기좋은 동네로 이루어진 ‘지역복지력’의 부산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의 15분 도시는 공급과 개발보다는 복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손보험과 과잉 의료 지출에 의존하는 등 허약노화시대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고 연대하며 지혜롭게 대처하는 ‘포용력’과 ‘시민력’의 액티브 에이징 도시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