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통도환타지아, 양산 지역민과 상생을
김태권 동부경남울산본부장
환타지아, '복덩이'서 '천덕꾸러기' 전락
대원마을 주민, 시에 관련 부지 매입 등 건의
시설집약·공영개발 등 해법 찾기 힘 모아야
30년 전인 1993년 5월 1일 토요일, 경남 양산 하북면 순지리 경부고속도로 통도 IC. 이날 고속도로 상·하행선 20km와 국도 35호선을 이용하던 차들이 모두 멈췄다. 버스와 택시 운행도 불가능했다. 이 상황은 영남지역 최대 규모 테마·놀이시설인 통도환타지아(환타지아) 개장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린이날에는 6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리면서 개장 때보다 체증이 더 심각했다. 환타지아 주변 도로의 교통체증은 주말마다 계속됐다. 이로 인해 당시 하북주민들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하고, 응급환자나 화재 발생 시 제때 조처를 받지 못한다며 개장 1개월 만에 환타지아 폐쇄 운동에 나섰다.
양산군(현 양산시)도 한국도로공사와 협의해 주말 경부고속도로 부산~통도 IC 간 매표를 중지해 환타지아를 찾는 부산 시민들의 국도 이용을 유도하는 촌극까지 빚었다.
환타지아는 개장 첫해 140만 명 방문객을 시작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연간 100만 명 이상 찾을 만큼 부울경에서 인기 절정의 장소였다. 당시 부울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 대부분이 한번은 방문했을 정도로 사랑을 독차지했다. 아이에겐 꿈의 장소였고, 어른들에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재 모습은 처참하다. 내부는 잡풀이 무성하게 자랐고, 웃음과 비명이 끊이지 않았던 놀이기구는 녹슨 채 방치됐다. 야간 투어로 화려했던 밤은 암흑천지로 변했다.
양산 경제의 ‘복덩이’였던 환타지아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다. 환타지아는 98년 부도로 법정관리를 거쳐 2004년 새 사업주를 찾았다. 사업주는 새 단장을 했지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방문객 감소로 이어졌다. 사업주는 1000억 원을 들여 2006년 아쿠아환타지아 개장, 이듬해 실내 물놀이시설을 포함한 콘도미니엄을 건립하면서 감소세인 방문객을 증가세로 되돌렸다.
그러나 새로운 물놀이 시설이 ‘한 철 장사’에 그치고, 김해 등지에 아쿠아 시설이 생기면서 또다시 감소세로 전환됐다.
방문객은 2010년 50만 명대로 떨어졌고,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직전인 2019년에는 39만여 명까지 추락했다.
환타지아는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2020년 3월부터 휴장에 들어갔다. 현재 휴장 사유가 사라졌지만, 재가동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매각설마저 나돌면서 사실상 환타지아 재가동은 어려울 전망이다.
환타지아 휴장이 길어지면서 하북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양산시가 하북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시행했지만,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권 위축은 인구 감소 속도로 이어졌다. 하북 인구는 환타지아가 성업 중이던 2002년 1만 1000명이었다. 이후 인구가 줄면서 2009년 9927명, 2018년 8996명, 2022년 7997명으로 각각 떨어졌다. 1만 명대 인구가 9000명과 8000명대로 감소하는 데 7년과 9년이 소요됐지만, 7000명대로 떨어질 땐 4년에 불과했다.
보다 못한 주민이 나섰다. 대원마을 주민들은 최근 양산시에 환타지아 부지를 매입,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청소년 수련원 등 공공개발을 건의했다. 차선책으로 인구 유입을 위해 아울렛 등 쇼핑몰이나 아파트 건립, 체육공원 건립도 주문했다.
양산시는 ‘불가’를 통보했다. 시가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환타지아 부지를 매입할 재정 여력이 없는 데다 30년째 미준공인 상태인 환타지아의 경우 용도변경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가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특혜’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환타지아에 흩어져 있는 상업시설을 한곳에 모아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시설을 건립하고, 이들이 선호하는 놀이시설 일부를 가동하는 방식으로 환타지아 운영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환타지아는 통도 CC 사업주가 골프장 건설비용의 10%인 27억 원을 관광진흥기금으로 내지 않는 대신에 400억 원을 들여 조성했다. 하지만 환타지아가 조성된 지 30년이 지났고, 사업주도 변경됐다. 여기에 적자로 장기간 휴업 중인 사업주에게 환타지아 재가동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다.
양산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영개발’이 필요하다면 나서야 할 것이다. 사업주 역시 땅을 이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영역을 모색해야 한다. 주민은 기업과 지역사회가 공존하기 위해 양보와 협조도 필요하다. 팔짱만 끼고 있으면 환타지아 회생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양산시와 사업주, 주민은 상생의 목표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금 당장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