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마침내” 영화 보며 명대사를 따라 하다
커뮤니티비프 / 동네방네비프
리퀘스트 시네마 21개 프로젝트
‘헤어질 결심’ 대사톤 관람 추진
‘오발탄’ 등 비프광장 야외 상영
부산 전역서 개최 동네방네비프
동래향교·김해국제공항 등 7곳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관객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해운대를 넘어 부산 곳곳이 축제 현장으로 변신한다. 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관객이 기획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색다른 공간에서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 관객이 만드는 ‘커뮤니티비프’
BIFF는 10월 6~9일 관객이 주도하는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해운대가 아닌 중구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 부산영화체험박물관 등에서 열린다. 장편 29편과 단편 31편 등 영화 60편을 만날 수 있다.
2018년 시작한 커뮤니티비프는 관객이 제안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실현해 왔다. 영화를 보면서 술을 마시거나 수다를 떨 수 있었고, 감독과 배우가 실시간으로 작품을 설명하기도 했다. 영화관이 공연장이나 강의실 혹은 놀이터로 변신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 컷. CJ ENM 제공
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 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관객 프로그래머가 기획한 ‘리퀘스트 시네마’에선 21개 프로젝트가 관객을 만난다.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은 2개 기획이 선정됐다. ‘헤결, 미결, 완결’에는 정서경 작가가 토크에 참석하고, ‘은막 저편의 여인, 정훈희’에서는 ‘안개’를 부르는 가수 정훈희를 만날 수 있다. 정미 프로그래머는 “‘헤결, 미결, 완결’에서는 마라톤처럼 꾸준히 대사를 따라 하는 일명 ‘대사톤(dialog-thon)’ 관람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무 살 청년이 기획한 ‘킬링로맨스는 죽지 않아’는 ‘싱어롱’으로 진행한다. 이원석 감독 ‘킬링 로맨스’를 보며 H.O.T ‘캔디’와 비 ‘레이니즘’을 개사한 ‘여래이즘’을 따라부를 기회다.
영화 ‘장화, 홍련’ 스틸 컷. 청어람 제공
2000년대 영화에도 주목했다. ‘장화, 홍련 개봉 20주년 - 언니가 거기서 왜 나와?’에는 김지운 감독과 임수정·문근영 배우가 참석할 예정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가 주제인 ‘라면 먹고 갈래?’도 있다. 유지태 배우가 참석하며 그가 연출한 신작 단편 ‘톡 투 허’도 공개된다. 이 영화에 출연한 조혜정·션 리차드 배우도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다.
배우들이 주제인 프로젝트도 관객을 만난다. 양조위와 장국영 출연작을 감상하는 ‘조위국영의 망한 사랑’, 오정세에 주목한 ‘오정세 데이즈’, 구교환을 돌아보는 ‘영화를 인생과 교환하다’, 젊은 여성 배우 6명이 연출한 작품을 상영하고 관객과 대화하는 ‘연출 할 결심’ 등이 준비됐다.
다큐멘터리 ‘생명의 형상’을 다루는 ‘예술로 기록하는 재난’에는 이세 신이치 감독과 이세 히데코 작가가 참석한다. 서울대 영화 연구회 ‘얄라셩’과 이화여대 중앙동아리 ‘영화패 누에’의 기획도 선정됐다. 맥주, 커피, 고양이뿐 아니라 250, ‘인사이드 르윈’ 등 음악이 주제인 프로젝트도 관객을 만난다.
영화 ‘기생충’ 스틸 컷. CJ ENM 제공
커뮤니티비프를 대표하는 ‘마스터톡’에는 봉준호 감독이 온라인으로 참석한다. ‘기생충’을 함께 보며 실시간으로 장면을 해설하고, 뒷이야기까지 전달할 예정이다. 올해 ‘취생몽사’에선 고전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스릴러 ‘그녀의 취미생활’, 90년대 코미디 걸작 ‘넘버 3’를 연달아 볼 수 있다. 술과 음식을 곁들이며 새벽 5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커비컬렉션’에는 영화 ‘탄생’을 만든 박곡지 대표, 박흥식 감독, 윤시윤 배우가 참석한다. ‘성적표의 김민영’ 이재은·임지선 감독과 김주아·윤아정 배우도 관객을 만난다. 정성일 평론가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 대해 이야기하고, 배유람 배우가 자신이 출연한 단편을 주제로 대화에 나선다. 재즈와 배우 장국영이 주제인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통일부·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한 ‘올데이 시네마’에서도 무료로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영화 ‘탄생’ 스틸 컷. 민영화사 제공
남포동 비프광장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커비로드’에선 영화 ‘오발탄’과 ‘어른 김장하’ 등 12편을 무료로 상영한다. 부산 시민이 ‘마을영화만들기’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영화 4편도 관객을 만난다. 커뮤니티비프는 10월 3일 가수 정훈희와 주니엘이 공연하는 남포동 BIFF 전야제로 분위기를 띄우고, 같은 달 9일 ‘남포 피날레’ 행사로 막을 내린다.
■ 모두가 즐기는 ‘동네방네비프’
10월 6~9일 ‘동네방네비프’도 부산 곳곳에서 열린다. 올해는 무료로 영화 16편을 상영한다.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격리대합실, 동구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 옥외광장, 동래구 동래향교,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방문자센터, 수영구 밀락더마켓, 영도구 영도 조내기 고구마 역사기념관, 중구 비프광장 야외무대가 영화관이 된다. 김해국제공항에는 해외로 떠나는 탑승객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스크린이 설치된다.
영화 ‘경아의 딸’ 스틸 컷. 인디스토리 제공
영화 ‘빅슬립’과 ‘경아의 딸’은 부산시인권센터와 협업해 밀락더마켓에서 상영한다. 청소년과 인권이 주제인 체험·전시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통일부 지원으로 부산역에선 영화 ‘타인의 삶’을 상영한다. 정미 프로그래머는 “동래향교에선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상영할 예정인데 관객이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신설된 동네방네비프는 산과 바다뿐 아니라 사찰에서도 영화를 상영하며 BIFF의 외연을 확대했다. 정미 프로그래머는 “부산 어디에서든 멀리 가지 않더라도 영화를 향유할 수 만드는 게 동네방네비프의 목표”라며 “많은 시민이 가까운 곳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