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 동구 수정4동 ‘김반장’ 김태원 씨 “낙후되는 고향 동구 알리기 위해 문화 봉사 활동 나섰죠”

김형 기자 m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극단 ‘양철 지붕의 청개구리’ 창단
홀몸 어르신·주민에 연극, 댄스 공연
유튜브로 맛집·명물·관광지 홍보도

김태원 씨는 부산 동구 수정4동의 ‘김반장’으로 불린다. 영화 ‘홍반장’에서 따온 별명이다. 영화에 나오는 홍반장은 지역의 궂은 일을 도맡아 담당하고 해결사로 활동하면서 지역민의 믿음과 사랑을 받는 인물이다. 김 씨는 그런 홍반장을 꼭 닮았다.

김 씨는 수정4동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쭉 고향을 지키고 있다. 그는 자신의 고향을 ‘나의 쉼터 나의 전부’라고 부른다. 동구의 공기까지 사랑한다고 자부한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김 씨를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고향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2003년부터 20년째 직장을 다니며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친한 지인이 봉사 활동을 해보자고 여러 번 제의했는데 그때마다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했다”며 “그러나 그토록 사랑하는 고향이 낙후되고 인구가 감소하는 모습이 늘 안타까웠다. 그러던 차에 우연찮게 동네 독거 어르신과 함께 효도 관광을 가서 어르신들을 돕다보니 가슴에 찡한 자극을 받았다. 그때부터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영화에 나오는 홍반장처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 어디서든 ‘슈퍼맨’처럼 나타난다. 독거노인의 집에 직접 찾아가 LED등을 달고 집 청소도 한다. 밤에는 어둡고 좁은 골목길을 다니며 방범 활동도 펼친다. 특히 나무가 부러져 보행로를 막거나 거리에 쓰레기가 쌓여 민원이 생기면 주민들은 구청보다 김 씨에게 먼저 알릴 정도다. 이렇다 보니 수정4동에서 김 씨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봉사 활동이 11년째 접어든 2014년 김 씨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그와 함께 봉사 활동을 하며 친목을 쌓았던 몇몇 지인이 지역을 위해 문화 봉사 활동을 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문화 봉사 단체가 극단 ‘양철 지붕의 청개구리’다. 김 씨는 “상대적으로 문화에서 소외된 지역 홀몸 어르신과 주민을 위해 각종 무대에서 연극, 댄스 등 다양한 공연을 펼쳤다”며 “비록 아마추어여서 서툴렀지만 우리의 공연에 해맑게 웃는 어르신이나 큰 박수도 마다않는 주민들을 보며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문화 봉사 활동이 아예 중단되는 위기에 처했다. 당시 김 씨는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던 주민의 표정을 잊을 수 없어 어떻게든 공연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고심한 끝에 그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처음에는 유튜브에 극단의 창작 공연, 유명 TV 프로그램인 ‘오징어게임’ 패러디 영상 등을 올리며 문화 봉사를 이어갔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독거노인과 주민이 다음 작품을 어서 올려 달라며 요청하는 일도 잇따랐다.

유튜브가 지역에서 제법 유명해지자 김 씨는 극단 공연은 물론 맛집이나 명물, 역사 유적지나 관광 명소 등 동구를 적극 알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김 씨는 동구의 스타로 급부상했다. 한 영상의 조회 수가 20만 명이 넘기도 했으며 부산이나 동구를 여행하려는 외지인들로부터 지역을 안내해 달라는 부탁도 종종 받는다.

부산역 등 부산의 관문이나 부산국제영화제 등 주요 행사에 김 씨의 유튜브 영상이 한 번씩 등장한다. 그는 “동구를 사랑하는 다른 봉사자들도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는데 혼자 인터뷰를 하게 돼 쑥스럽다”면서도 “앞으로도 다른 봉사자들과 힘을 합쳐 지역 봉사를 이어가고 고향 동구를 보다 잘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