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돌 한글날… 노래로 듣는 ‘용비어천가’
부산 정가 가수 제민이
9일 ‘용비어천가 독창회’
“학교 음악 교과서 실려서
국민 모두 부를 수 있기를”
정가 가수 제민이. 제민이 제공
부산의 정가 가수 제민이가 한글 창제 580주년, 한글 반포 577주년을 맞아 9일 오후 7시 30분 부산 동래구 명륜동 424번지 스페이스 움에서 ‘용비어천가 독창회’를 연다.
<용비어천가>는 조선 세종 때 선조인 목조에서 태종에 이르는 여섯 대의 행적을 노래한 서사시이다. 한문과 국문(훈민정음)의 125장 장편 시로 이뤄졌다. 우리 문학사상 최초의 국문시가로서, 악장의 독자적 형식을 개척한 첫 작품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제민이는 “‘용비어천가’는 단순히 시가 아니라 노래 가사”라면서 “처음부터 세종은 ‘용비어천가’를 노래로 부르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비어천가’는 세종 당대부터 ‘봉래의(鳳來儀)’라는 가무악 작품으로 구성돼 공연됐다”라고도 설명했다.
‘봉래의’에서 ‘용비어천가’를 노래하는 곳은 세 군데이다. 이번 공연에서 제민이는 ‘용비어천가’ 한문시를 1장부터 4장까지 그리고 125장에서 부른 ‘여민락’ 전체(1·2·3·4·125장)와 ‘용비어천가’ 국문시를 1장부터 16장까지, 그리고 125장에서 부른 ‘치화평’ 1·2·3·4·7·125장을 연주한다. ‘용비어천가’ 국문시를 1장부터 8장까지, 그리고 125장에서 부른 ‘취풍형’은 노래하지 않는다. 제민이에 따르면 여민락은 장중하고, 치화평은 우아하고, 취풍형은 쾌활하다.
이 밖에 제민이는 여창 가곡 ‘편삭대엽(국악 가곡 곡조의 하나)’에 원래 가사 대신 ‘용비어천가’ 7장의 가사를 붙여 동래초등 정가반 학생 5명과 함께 부른다. 아울러 ‘훈민정음 어제서 나랏말싸미’를 편삭대엽 악곡에 올려 같이 부른다.
‘용비어천가’는 악보만 남아있을 뿐 어떻게 부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3년 숭실대 문숙희 박사 등에 의해 ‘용비어천가’의 리듬을 해석한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을 복원한 바 있다.
제민이는 “문 박사의 박자 해석은 정간보에 바탕을 두지 않았다”며 “<세종실록> 악보에 충실한 새로운 방법으로 약 600년 전 세종대왕이 궁궐 연향에서 듣던 그대로 ‘용비어천가’를 들려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학교 음악 교과서에 ‘용비어천가’가 실려 국민 모두 이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제민이는 부산대 국악과에서 전통 가곡을 전공하고, 국가무형문화재 가곡 이수 과정을 수료했다. 이날 반주는 피아노와 기타로 한다. 출연 제민이, 조희경, 박미진, 동래초등 정가 부원. 입장료 2만 원.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