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여성 어업인들이여, 파워를 보여라!
김양언 ㈜백화수산 대표
부산공동어시장에 새벽이 찾아오면 고등어를 싣고 온 운반선들이 불야성을 이룬다. 운반선에서 내려진 고등어가 어시장 바닥에 놓이면 부녀반의 손을 거쳐 크기에 따라 선별되고, 이후 경매가 시작된다.
공동어시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소위 ‘바닥 경매’를 위해 쭈그리고 앉아 보통 저녁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8시간 동안 생선을 분류한다. 그래야 경매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어시장이 이곳에 자리 잡은 지 50년이 되어 가지만, 업무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일을 마쳐도 씻을 곳조차 마땅하지 않다. 밤새 꼬박 일을 해도 야간연장 수당을 받지 못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일당을 받는다.
10월 10일은 ‘여성 어업인의 날’
수산업에도 갈수록 여성 비중 증가
정부 지원·자체 역량 강화 병행돼야
수산업에서 여성 어업인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의 처우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나아진 게 없다. 남성 위주의 산업 구조에서 아무래도 여성 어업인에 대한 정책과 지원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최저임금이 올랐음에도 여성 어업인의 일당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젊은 여성들은 거의 수산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어시장에서 일하는 여성 대부분이 60세가 넘은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10월 10일은 여성 어업인의 날이다. 수산업 전문 인력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여성 어업인의 위상 제고와 자긍심 고취를 위해 2021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어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55.2%는 집안일을 주업으로 여기고, 어업은 보조적인 일로 생각한다. 그만큼 여성 어업인의 전문화와 권익 신장이 중요한데, 여성 어업인의 날은 이런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수산업이 남성 위주의 산업이라고 하지만, 점점 여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여성 노동력은 더 필요하고 중요해질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어가 인구 9만 3000여 명 중 여성은 4만 6000여 명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어촌을 지탱하는 여성 어업인의 역할이 더 막중해졌다.
여성 어업인은 어업 활동뿐만 아니라 수산물 유통 판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 어업인의 활약은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어가 인구 감소와 어업 인력 부족 문제가 대두하면서 여성 어업인의 육성은 어촌의 존속과 미래 성장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여성은 어획물 선별, 굴 껍데기 제거 등 육상 작업과 수산 가공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세 가지 정책으로 지원하고 있다.
첫째는 마을협동조합 지원이다. 어업협동조합을 통한 가공품 개발 지원과 브랜드화 추진을 들 수 있다. 즉, 상품개발 워크숍, 요리 연구 지원과 함께 특산품을 이용한 신상품 개발 및 브랜드화로 관광 수요를 확대하는 것이다. 둘째는 여성 참여 지원이다. 어업과 수산 가공업이 주요 산업인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여성 어업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가공품 개발이나 식당 경영 등의 활동을 지원하고, 보육시설이나 조기 실습실 등 여성 활동 거점 시설의 정비를 통해 어촌의 커뮤니티 참여를 확대하는 정책이다.
셋째는 금융지원 우대다. 인정 어업자가 설립한 자회사의 가공 판매 등 활동에 사업비의 80% 이내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여성 어업인이 대표로 있거나 여성이 임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법인의 경우 90%까지 자금 지원을 확대한 것이다.
유럽에서도 여성 어업인은 서류 작업, 생선이나 조개류 판매, 배 청소 등 어업 활동을 위한 부수적인 육상 작업에 대부분 종사해 사회경제적인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 파트너십을 통해 여성들에게 어업 정보 제공 등 지원 체계를 갖췄다. 또 여성 어업인도 어업조합 활동 참여를 보장해 근로자로서 법적 보호와 사회보장을 받도록 지원하였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우리도 일본처럼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가 됐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참여를 위해 보육·가사 시설에 대한 지원과 함께 기존 금융 지원 사업과 차별화된 여성 어업인만의 적극적인 창업 활동을 위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 여성 어업인들도 의식을 전환해 스스로 경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여성 어업인은 수산업 종사자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다음 세대에 전문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 역시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젊은 여성 경영인으로서 항상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여성들이여!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일꾼으로 크고 작은 편견 앞에서 자신을 지켜내며 최고가 되고자 하는 열정을 쏟아부어라. 누구나 동등하게 평가받고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여성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