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여야 정쟁뿐인 총선 안 된다
여야 명운 걸린 한판 예고
초반 정치권 분위기만 후끈
각 당 시대·미래 제시 못해
유권자 선거 의미 체감 낮아
부산 정치권도 계산만 분주
국민 마음 얻는 실천 보여야
추석 연휴를 지나며 총선 분위기가 빠르게 달궈지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향후 4년간의 입법 권력을 놓고 다투는 쟁탈전이지만 그 결과에 따라 여야 정치 세력의 명운까지 걸린 선거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내년 총선 승리가 절실하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회 다수당 지위를 놓치면 정권 견제의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눈과 귀가 쏠리는 건 당연하다. 때마침 연휴 직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불구속 결정이 이뤄진 일도 선거전 초반 열기를 달군 대형 이벤트였다.
그러나 국민 관심이 과연 뜨거운가. 그 열기가 여야 정치권과 양당 열혈 지지자들에게서만 뿜어져 나오는 것 아닐까. 무당층 비율이 여야 지지율보다 더 높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는 것도 새삼 이상해 보인다.
사실 내년 총선이 ‘대한민국호’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불분명하기만 하다.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어느 정당도 새로운 시대 정신을 표방한다든가, 국가가 어디로 나아갈지 제시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치 개혁 의제도 실종됐다. 당장 여야가 코앞에 다가온 총선을 어떤 제도로 치를 것이냐 하는 논의마저 중단됐다.
대신 거대 여야 정쟁만 도드라지고 있다. 요즘 정치권 행태를 보면 내년 4월까지 비슷한 상황이 유지되다 ‘도토리 키 재기’ 식 승부를 펼치고 마무리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대안 세력이 될 ‘제3지대’ 정당 등장은 기약이 없으며 창당이 되더라도 새 흐름을 만들어 낼 참신한 세력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지지 후보 없음’. 내년 총선 투표용지에 이런 기표 칸을 만들면 당선자를 못 내는 선거구가 얼마나 쏟아질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부산 정치권도 다르지 않아 정치공학적 셈만 분주히 오간다. 부산 국민의힘 지지자 사이에는 “현역 중에 누구누구가 지역구를 사수할 수 있을까”, 뒷말이 분주히 오간다. 용산이나 행정부 인사 출마가 점쳐지는 지역구에선 과연 내려올지, 현실화되면 현역과의 공천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계산이 바쁘다.
당에서 ‘공천 명단’을 만들어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는 ‘용산 참모 차출설’ 지라시에 어느 지역보다 출렁인 곳이 부산이다. 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당 안팎에서 부산 현역 교체 지수가 높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부산 민주당은 호기롭게 “지역구 9석 당선”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아직은 “가능할까” 의문부호를 다는 유권자들이 많아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해야 승부를 걸어볼 만하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릴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 선거 때처럼 ‘지방권력 교체’ ‘지역 내 다당제 실현’ 같은 정치 이슈 목소리도 없다. 부산 유권자들에게 염치가 없어서일까. 부산은 민주당 호소에 호응해 20대 총선에서 ‘갈매기 오형제’(김영춘 최인호 박재호 전재수 김해영)를 탄생시켜 국회로 보냈고 2018년 7회 지방선거 때 사상 처음으로 지방권력 교체를 이뤄냈다. 한국 정치가 주목한 변화였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성과는 미미하다.
중앙 정치든 지방 정치든, 여야가 일부러 국민 관심을 떨어뜨린 채 핵심 지지층만 결집시켜 승부를 보려는 것 아닌가 의심마저 든다. 최근에는 여야 모두 당권이 더욱 공고해진 상황이라 내부로부터의 개혁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눈치볼 것 없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공천권을 좌지우지할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이제 총선 초반전에 접어드는 시점인데 너무 앞서나간 걱정일 수 있다. 하지만 경제 외교 안보 민생 어느 하나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정치권이 서로 남 탓만 반복 재생하며 한걸음도 못 나가고 있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국민에게 가장 불행한 경우는 내년 총선 결과가 여야 어느 쪽이 헛발질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때다.
각 당이 조만간 필승 전략 개발과 함께 조직 재정비를 마치면 곧 공천 국면에 돌입한다. 여야 모두 ‘공정한 공천’ ‘시스템 공천’을 약속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이를 실현하느냐를 지켜볼 것이다.
여야는 당선자 수만 따지는 것이 아닌 ‘혁신 의지’를 담아낸 공천 과정을 보여줘야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뒤이어 참신하면서도 미래가 담긴 공약을 제시하는 일에도 진력 해야 할 것이다. 내년 4월 10일 유권자들이 ‘더 낫다’고 판단한 정당을 선택하러 줄지어 투표장으로 가는 장면을 기대한다.
김영한 정치부장 kim01@busan.com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