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일영화상의 남자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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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상과 관계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젊은 나에게는 그 상이 필요했습니다. 그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격려 같은 것이었습니다.” 일본 영화계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이야기다. ‘라쇼몽’으로 아시아 영화 최초의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감독이 된 그는 훗날 영화평론가 정성일에게 상의 의미를 이렇게 회고했다고 전해진다.

영화의 위기를 말하는 시대다. 지금이야말로 영화인들을 향한 지지와 격려, 연대가 절실한 때 아닐까. 5일 열린 부일영화상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된 이유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배우 이병헌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세 번째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 기록을 남겼다. 2016년 ‘내부자들’, 2020년 ‘남산의 부장들’에 이은 수상으로 그는 부일영화상의 남자가 됐다. 〈씨네21〉 이주현 편집장은 심사평에서 연기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에게서 이런 원시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극찬했다. 3회 수상 황금 기념패를 받은 그는 “예전처럼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배두나의 유현목 영화예술상 수상도 배우로서는 첫 기록이다. 부일영화상은 ‘다음 소희’에서처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영화에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바치는 그녀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원조 부일영화상의 남자는 배우 김진규로 1959년 ‘비극은 없다’를 시작으로 5회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한국 영화사의 거장 유현목 감독은 1회 ‘잃어버린 청춘’ 등 5회 수상으로 최다 감독상 기록을 갖고 있다.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인 윤여정은 1972년 ‘화녀’로 우수신인상, 2010년 ‘하녀’로 여우조연상, 2017년 ‘죽여주는 여자’로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며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녀는 스스로를 부일영화상과 함께 성장한 배우라고 했다. 1973년 ‘소장수’ 허장강과 2021년 ‘모가디슈’ 허준호의 첫 부자 남우조연상 수상도 색다른 기록이다.

부일영화상은 1958년 출발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상이다. 1973년 중단된 후 2008년 부활해 지금에 이르는 동안 숱한 거장 감독과 은막의 스타들이 부일영화상을 거쳐 갔다. 그 세월 부일영화상을 더욱 빛나게 한 것은 가장 공정한 영화상이라는 가치다. 32회째를 이어 온 부일영화상이 그 가치의 기반 위에서 영화인들에게 연대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는 당신을 지지한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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