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회관 개관 50주년 공연, 누구를 위한 공연인가?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부산시민회관 ‘위대한 유산’
약 5년 전 ‘페스티벌’ 판박이
“시민이나 예술가 잔치 아니라
관계자 행사 된 것 같아 씁쓸"
지난 10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민회관 개관 50주년 기념 특별 공연 ‘위대한 유산’ 커튼콜 장면. 김은영 선임기자
“1970년대로 돌아간 줄 알았어요!” “누구를 위한 공연인 거죠? 주객이 전도됐다 싶었어요.” “부산시민회관 50주년인데 ‘시민’이나 예술가 잔치가 아니라 관계자 행사가 된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왕의 행차’라뇨? 시대착오적이다 싶었죠.” “몇 년 전에도 비슷한 포맷으로 세 차례(2016·2017·2018년)나 공연할 때도 말이 많았는데, 그 형식과 내용을 시민회관 개관 50주년 기념 축하 공연으로 다시 갖고 온 것부터가 이해가 안 됩니다. 끝까지 못 보고 중간에 나왔습니다.”
50돌 생일맞이로 한바탕 즐거운 잔치가 되어야 할 ‘특별’ 공연이 씁쓰레한 뒷맛을 남겼다. 지난 10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민회관 개관 50주년 기념 특별 공연 ‘위대한 유산’이다.
지난 10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민회관 개관 50주년 기념 특별 공연 ‘위대한 유산’ 공연 포스터. 김은영 선임기자
제작 총괄(공식 포스터엔 예술총감독으로 표시)을 맡은 (재)부산문화회관 이정필 대표이사가 프로그램 북 인사말에도 썼지만, 특별 공연 취지를 살리려고 했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공연장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시민들의 문화 휴식처이자 문화도시 부산으로 견인한 자랑스러운 시민의 극장으로서 시민회관 의미를 살피고, 다음 반세기를 맞을 의지나 각오를 담아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 대표가 2016~2018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 재직 당시 개최한 제1~3회 ‘미앤락(美&樂) 페스티벌’을 영락없이 닮았다. 그때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라이브 음악에 맞춰 한복 쇼를 하고, 한국 춤과 소리 등 전통 공연을 선보였으며, 부산시립무용단, 국립부산국악원, 부산아리랑 멋 태권도 시범단, 산유화 어린이 민요합창단 등이 출연했다. 이번엔 산유화 팀 대신 엔젤피스예술단과 창작연희The늠이 추가됐다.
그때는 ‘미앤락(美&樂) 페스티벌’이었고, 지금은 부산시민회관 개관 50주년 축하 특별 공연이란 점이 다르다. 목적이 달라졌는데도 공연 내용은 판박이처럼 치렀다. 게다가 ‘왕’ 복식을 입혀서 시끌벅적 등장시킨 5명의 주인공도 뜬금없긴 매한가지였다. 부산교육감,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 한국자유총연맹 부산지부 회장, (재)부산문화회관 후원회장, (자)월드엔젤피스 예술단이사장이 부산시민회관 50주년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했다.
물론 공연 중간중간 박수와 함성도 터져 나왔다. 부산시립무용단이나 국립부산국악원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대목에서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청소년 예술단(엔젤피스예술단)의 부채춤이나 기예 같은 태권무(아리랑 멋 태권도 시범단)를 보면서도 어린 친구들이 참 열심히 한다 싶어서 열띤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백번 양보해서 이게 무슨 무슨 위안 잔치였다면 모를까, 기본적으로 이 행사는 부산시민회관 개관 50주년 기념 특별 공연이다. 예술적 성과는 차치하더라도 행사가 담보해야 할 가치나 의미를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상황은 더 안쓰러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지켰지만, 정작 자신의 기량을 뽐낼 곡은 하나도 단독 연주하지 못했다. 시립무용단과 시립소년소녀합창단 외에도 3회(궁중복식, 전통한복, 창작한복)에 걸친 한복 쇼, 객원으로 출연한 청소년 예술단의 부채춤이나 태권무까지 반주했다. 게다가 피날레 무대는 국립부산국악원의 기악단과 무용단에게 돌아갔다. ‘우리 식구’ 시립예술단에 대한 배려가 아주 부족한 듯싶었다. 억대를 능가하는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공연 당일 국악관현악단 도시락 하나 챙겨주지 못한 처우도 야속했다.
지난 10일로 개관 50주년을 맞은 부산시민회관 전경. 김은영 선임기자
공연이 끝나고 다들 손뼉은 쳤지만, 개인적으로 소감을 묻자 조심스레 입을 뗐다. A 음악가는 “이게 부산의 문화 수준이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고, 부산시 B 팀장은 “시장님이 파리 가셔서 안 보신 게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늉을 했다. 전 부산시장 C 씨는 “백화점식으로 다 긁어모아서… 좀 임팩트 있게 안 만들고 시립(예술단)만 제대로 모아도 안 그럴 텐데 수준이 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D 사진가는 “아니, 지금이 어느 땐데 ‘왕의 행차’랍니까! ‘시민’ 영웅을 내세워도 이해될까 말까 싶은데…”라며 개탄했다.
알고 보니 공연 당사자 격인 시립국악관현악단과 시립무용단도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대표이사가 예술총감독을 맡은 사실은 포스터가 나온 뒤에야 알았다고 전했다. E 예술가가 말했다. “한국 춤, 한복, 전통음악만으로 ‘유산’을 표현했다고 생각하면 너무 일차원적인 해석이 아닌가요? 적어도 시립예술단을 함께 운영하는 (재)부산문화회관에서요. 공연 전에 아무도 그런 지적을 안 했다는 게 더 큰 문제 같습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