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줄이고 파티 용품 안 보이게… 돌아온 핼러윈 조용히 맞이하는 부산 시민들
이태원 참사 1주년
번화가 상점들 각종 이벤트 자제
축제 분위기 아직 이르다는 반응
빼빼로데이 등 다른 기념일 치중
26일 오후 부산 서면 전포 카페거리에서는 핼러윈 데이 분위기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핼러윈 데이엔 직원들의 분장도, 특별 칵테일도 없어요.”
지난 25일 오후 8시께 찾은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가게들은 핼러윈 데이 분위기를 내기보단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인테리어로 운영되는 모습이었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한 프랜차이즈 호프집에서 일하는 박경환(25) 씨는 “매년 핼러윈만 되면 본사에서 이벤트 지침이 내려왔었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별다른 계획이 없다”며 “참사를 잊지 못 하는 시민들이 많은 만큼 축제 분위기를 내기보단 간단한 장식 정도만 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부산지역은 예년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오는 31일 핼러윈 데이를 맞이하고 있다. 술집과 카페 등은 핼러윈 이벤트를 축소했으며 관련 물품은 뒤쪽에 진열됐다. 빼빼로데이나 크리스마스 등 다른 기념일을 기약하기도 했다.
부산 연제구의 한 편의점은 최근 빼빼로데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26일 오후 2시께 서면 전포 카페거리.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러 온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었지만 핼러윈 분위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카페나 제과점에도 호박귀신이나 해골 모양의 인테리어는 없었다.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김민정(27) 씨는 “기존엔 핼러윈 분장을 한 직원들이 호박 모양의 쿠키를 구워 SNS에 업로드하곤 했는데 이번엔 이벤트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어학원에서 핼러윈을 맞아 진행하던 달란트 축제도 간단한 간식 제공으로 대체된다. 수영구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최수희(39) 씨는 “학원 원장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 의견을 모아 핼러윈 이벤트 대신 크리스마스 행사를 크게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제구의 한 마트는 호박 모양 스티커와 풍선 등 핼러윈 물품을 눈에 잘 띄지 않게 진열했다. 직원 허경희(43) 씨는 “본사에서 핼러윈 물품을 메인 진열대가 아닌 뒤쪽에 배치하라는 안내문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김대우(63) 씨 역시 “이번엔 핼러윈 대신 빼빼로데이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핼러윈을 즐기기엔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조성진(26) 씨는 “참사 이후 붐비는 곳은 꺼리게 됐다”며 “축제를 즐기기에 앞서 안전부터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달라진 시민들의 분위기처럼 공공기관도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부경찰서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부산불꽃축제 인파 관리를 위해 디제이 폴리스를 도입하고 9회에 걸쳐 운영했다. 핼러윈 데이를 앞둔 주말인 28일에도 디제이 폴리스를 이용해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의 인파를 관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