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 개최지 결정… 엑스포 “2030년 부산서 만나”
D-32 엑스포가 부산에 보내는 편지
5년마다 찾을 도시 고르려니 리야드가 먼저 손 들었지
근데 부산의 K컬처와 기술이 점점 눈에 띄는 것은 필연일까
준비된 부산에서 볼 날 손꼽아 기다릴게
(사)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등 부산의 100여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부산시청 녹음광장에서 열린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다짐 시민선포식’에서 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소망 비둘기 날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안녕, 나는 ‘월드엑스포’라고 해. 한국말로는 통상 ‘세계박람회’라고 부르는데 엄밀히 말하면 ‘등록박람회’야. 나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어. 나이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고? 걱정하지 마. 전 세계 누구보다 최첨단 기술과 문화 유행을 잘 안다고 자신하니까. 지금 너희로 치면 ‘MZ세대’라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지.
나는 5년에 한 번씩 전 세계 도시를 돌아다니고 있어. 지금은 2년 뒤 일본 오사카에 이어 2030년에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는 중이야. 대한민국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중 한 곳으로 말이지. 앞으로 한 달 뒤, 프랑스 파리에 모인 국제박람회기구 182개 회원국이 내 여행지를 투표로 결정할 거야.
세 도시 모두 내가 와주길 고대하고 있어. 내 발길이 닿는 도시들은 인류 문명의 장으로 화려하게 꽃피었거든. 1851년 런던에서는 기관차, 1876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전화기가 등장했어. 1899년 파리에 갔을 때는 나를 맞이하기 위해 그 유명한 ‘에펠탑’이 세워졌지. 각 국가는 저마다 선진 기술과 문화를 뽐내고, 이를 보러오는 지구촌 사람들은 수천만 명에 달해.
참, 동생인 ‘인정박람회’한테 얘기 들었어. 동생이 1993년에 대전, 2012년엔 여수에 다녀갔다면서? 형제다 보니 같이 ‘엑스포’로 불리지만 엄연히 달라. 기간도 짧고 박람회장 면적도 25만㎡ 이하로 정해져 있는 동생과 달리, 나는 최장 6개월 동안 열리고 규모에도 제한이 없거든. 부산만 해도 엑스포 예정 부지 면적이 축구장 480개 넓이인 343만㎡에 달해. 내가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3대 국제 행사’로 불리는 이유지. 거기다 나는 참가국이 전시 비용을 각자 대기 때문에 가장 가성비 있다는 평가가 많아. 그에 반해 경제 효과는 어마어마해서 부산의 경우 60조 원까지 예상돼.
하지만 나도 5년에 한 번밖에 여행을 못 가니 신중히 도시를 정해야겠지? 부산은 내가 마음이 끌리는 요소가 많아. 최근 너희 ‘K컬처’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잖아. 나도 글로벌 아이돌 그룹 ‘BTS’와 ‘블랙핑크’가 보여주는 무대를 보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문화뿐 아니라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원자력발전 등 첨단 기술력도 뛰어나다며? 내가 가는 곳엔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정말 많이 참가하니까 너희들이 노하우를 전해준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된다며 기뻐할 거야.
사실 처음에는 리야드로 가겠거니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었어. 내가 갈 여행지를 찾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든 곳이거든. 게다가 석유가 나오는 곳이니 돈이 오죽 많아? 하지만 최근 국제인권단체가 사우디의 난민 학살 의혹을 제기해서 고민이야. 경제 규모만 따졌던 옛날과 달리 오늘날 국제사회는 인권도 중요하게 고려하거든. 리야드와 멀지 않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전쟁이 터져서 혹시나 불똥이 튀는 건 아닌지 안전도 걱정되고. 로마도 분명 멋진 도시지만, 2015년에 같은 나라 밀라노에 다녀와서 그런지 솔직히 신선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어.
반면 요즘 부산이 치고 올라오는 기세가 심상치 않아. 나 대신 부산에 다녀온 실사단 얘기로는 시민들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하더라고. 거기에다 정부와 기업인 가릴 것 없이 ‘K컬처’와 ‘첨단기술’을 무기로 전 세계를 설득하러 뛰어다닌다니 점점 부산이 끌리고 내 마음도 기울고 있어. 이제 2030년 여행지 결정이 겨우 한 달 남았어. ‘모든 게 준비된’ 매력적이고 역동적인 도시 부산에서 만난 날을 기대하면서 이만 글을 줄일게.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