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기후 위기와 신경제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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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승 홍익대 조선공학과 교수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 생태 변화
‘새로운 기회’로 인식 전환할 시점
수산업 등 성장 확보 계기로 삼아야

1880년 이후 과학자들은 지구 표면 온도에 대한 기록을 기반으로 장기간의 평균 온도와 날씨 주기의 변화를 관찰하여 왔다.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올해 5월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 이전에 지구의 평균 기온이 섭씨 1.5도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지구의 기온 상승에 따른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여러 측면에서 이미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폭염, 홍수, 가뭄, 산사태, 해수면 상승, 태풍, 산불 등의 극단적인 자연 재해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로 인한 도로, 다리, 전력과 통신 시스템 등 인프라 파괴로 심각한 경제적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기후 조건이 불안정해지면서 식량 생산 역시 위협을 받고 있다. 여기에 바다마저 산성화로 해양 생태계가 황폐해지면서 수산 자원은 감소하고, 폭염과 공기 오염 증가로 열사병, 호흡기 질환 및 심혈관 질환 발생률도 증가하고 있다. 인류가 생존하기 어려운 지구 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날씨 변화를 ‘기후 변화(Climate Change)’라고 부르다가 ‘기후 위기(Climate Crisis)’로, 이제는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로 격상돼 불리고 있다.

유엔 재난위험감축국(UNDRR)은 지난 20년간 대형 재난이 매년 350~500건씩 발생했으며, 2030년엔 하루 1.5건꼴로 대형 재난이 발생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가장 큰 경제적 손실을 안긴 기후 재난은 2022년 9월 미국과 쿠바를 강타한 허리케인 ‘이언’이었는데, 최소 100조 달러가 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WWF(세계자연기금)이 2020년 발표한 보고서 ‘지구의 미래(Global Futures)’에 따르면 매년 세계 총생산 중 최소 4790억 달러, 2050년까지 9조 86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도 지구 생태계 변화로 2050년까지 최소 100억 달러(약 13조 원)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기후 변화로 인한 적응(Adaptation)’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2001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 제3차 보고서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왔는데, IPCC는 기후 위기 적응의 뜻을 ‘실제로 일어나고 있거나,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 자극과 기후 자극의 효과에 대응한 자연, 인간 시스템의 조절 작용, 기후 변화의 결과로 발생하는 새로운 기회를 활용해 어떤 계기로 삼으려는 행동 또는 과정을 포괄한다’라고 정의했다. 기후 변화를 암울한 미래로만 보지 말고, 이를 기후 변화로 인한 도전에 대응하면서 긍정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의 기회로 삼을 만한 것들을 살펴보자.

먼저 신재생 에너지 산업으로 태양광, 풍력, 지열 및 수력 에너지, 에너지 저장 기술, 에너지 효율 개선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에서 큰 성장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하나의 사례로, LS전선은 해상풍력 송전용 케이블 시장에 진출해 5년 만에 수주가 700% 이상 급증하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또한 친환경 교통수단의 등장으로 전기 자동차 및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차전지 기술, 충전 및 수소 인프라의 구축과 유지 보수를 위한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이 분야에 현대·기아자동차와 2차전지 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CUS) 기술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활용 및 저장하는 기술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향후 신산업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여기에 더하여 숲 재생, 해초 및 갯벌 등을 활용한 블루 카본 사업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활성화되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기후 기술 및 컨설팅, 기후 데이터 및 모니터링 솔루션 제공업과 지속 가능한 스마트팜 농업 및 식품 가공업 등도 기후 변화로 인한 도전을 극복할 수 있으며, 기후 위기의 인식 확대를 위한 기후 위기 교육,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 역시 인식 전환을 통해 중요한 성장 분야로 떠오를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여름 수산업은 수온 상승으로 인한 어족 자원 감소로 불황을 경험했다. 농업도 지나치게 높은 기온으로 피해가 확대되어 기후 위기를 직접적으로 체험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삶의 방식과 경제는 지금부터 기후 위기를 맞아 다른 방식으로 적응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는 선택하거나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라와 국민의 생존을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도전해 나가야 할 현실적인 문제로 우리 앞에 이미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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