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량 급감 대봉감 나무에 근심만 ‘주렁주렁’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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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해에 잦은 비·탄저병 겹쳐 과실 부족
한 그루 300개 안팎서 100여 개 달랑
경남 하동 악양면 등 주산지 농민 울상
전국 관광객 몰리던 축제도 올해 취소
정부·지자체 지원책 촉구 목소리 높아

경남 하동군 악양면의 한 농민이 듬성듬성 달려 있는 대봉감을 수확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하동군 악양면의 한 농민이 듬성듬성 달려 있는 대봉감을 수확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하동군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인 대봉감의 수확량이 급감해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팔 과실이 부족하다 보니 축제마저 취소됐다.

13일 하동군과 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대봉감 주산지인 악양면에서는 현재 대봉감 수확이 한창이지만 수확량은 예년 대비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30년생 대봉감 나무 한 그루에는 원래 300개 안팎의 과실이 달려야 하는데 올해는 100개도 채 달리지 않았다. 태풍 피해는 거의 없었지만 봄철 냉해와 잦은 비, 탄저병 등이 대봉감 생산량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가을 초입인 지난 9월 하루걸러 내리는 비 탓에 방제를 제대로 못 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

하동군 악양면에서 40년째 대봉감 농사를 짓고 있는 이병헌 씨(71)는 “평생 대봉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 만큼 과실이 없었던 적이 거의 없다. 올해 태풍 피해가 없었음을 감안하면 최악의 작황이다. 너무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대봉감 수확량은 평년 대비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올해 대봉감 수확량은 평년 대비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하동 뿐만이 아니다. 전남 영암과 광양 등 다른 대봉감 주산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맘 때면 나무마다 대봉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별로 피해가 심한 곳은 착과율이 평년 수준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그나마 달려있는 과실조차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

병해충에 까치 등 조류 피해까지 이어지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과실이 대다수다.


올해 대봉감 가격은 평년 대비 40~50% 정도 밖에 상승하지 않아 떨어진 수확량 손실분을 메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현우 기자 올해 대봉감 가격은 평년 대비 40~50% 정도 밖에 상승하지 않아 떨어진 수확량 손실분을 메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현우 기자

이 때문에 대봉감 가격도 신통치 못하다.

현재 하동군 악양면 대봉감 산지 현장의 도매 가격은 20kg에 3만 5000원~4만 원 선이다. 지난해 2만 5000원~3만 원 대비 높아지긴 했지만 뚝 떨어진 수확량 손실분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 농민은 아예 수확을 포기하고 있다.

진주의 한 대봉감 농민은 “올해는 대봉감이 너무 없어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많다. 제때 수확을 하려면 결국 사람을 써야 하는데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렸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청년회 대봉감 온라인 쇼핑몰 캡처. 대부분의 상품이 Sold Out(매진)된 상태다. 김현우 기자 경남 하동군 악양면 청년회 대봉감 온라인 쇼핑몰 캡처. 대부분의 상품이 Sold Out(매진)된 상태다. 김현우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사회 분위기도 다소 침체되고 있다. 상점에서 오프라인 판매에 쓸 물량조차 부족하다 보니 온라인 쇼핑몰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악앙면의 경우 해마다 11월 초에 악양대봉감축제를 열어 전국 각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는데 올해는 아예 축제를 취소했다.

악양면 청년회 관계자는 “올해 하동군 지원예산이 없어 축제 개최에 난항을 겪었는데 대봉감조차 없어 도저히 축제를 열 상황이 아니다. 축제 시 30t 정도 최상급 대봉감이 풀리는데 지금으로 봐선 3t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봉감 나무 아래 상품이 되지 못한 과실들이 버려져 있다. 김현우 기자 대봉감 나무 아래 상품이 되지 못한 과실들이 버려져 있다. 김현우 기자

일각에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농작물 재해보험의 경우 태풍과 홍수, 호우, 강풍, 한파, 가뭄, 황사 등 자연재해는 인정되지만 탄저병은 포함돼 있지 않다. 여기에 특히 올해는 여러 가지 조건이 복합적으로 악영향을 줬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지정하기도 쉽지 않다.

탄저병 농약을 일부 지원 받긴 했지만 워낙 비가 많이 와 사실상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가운데 지역 농가들은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대봉감 재배 농민은 “피해가 너무 심각하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라면 보험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힘들다. 차라리 태풍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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