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포인트 오브 노 리턴
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 강사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다. 부산일보DB
〈포인트 오브 노 리턴(The Point of No Return)〉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고의 곡으로 꼽힌다. 가면을 쓰고 숨어 사는 유령과 젊고 재능 있는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의 금지된 사랑을 노래한다. 내러티브의 변곡점은 광기와 집착이 극에 달해 욕망에 몸을 맡겨 끝내 파멸로 나아가는 데 있다. 긴장과 서스펜스, 감정의 격동을 이끄는 선율에서 파국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파국은 종말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오늘날 임계점을 돌파한 기후위기 앞에서 ‘반환점’을 사유할 수 있을까. 붉은 지구의 미래를 푸르게 되돌릴 수 있을까.
KBS 교양프로그램 〈지구 위 블랙박스〉는 기후위기를 다룬 콘텐츠다. 드라마와 콘서트를 결합한 독특한 구조다. 인류의 생존이 불가능한 2049년 지구에 데이터센터 블랙박스만 남았다. 이곳에서 인류의 귀환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록자는 2023년 다큐멘터리를 꺼내 본다. 지구 곳곳 기후재난 현장에서 뮤지션들의 아카이브 콘서트가 비극의 절정을 보여준다. 잔나비 최정훈은 녹아내리는 남극 빙하를 배경으로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지만〉을 불렀다. 해안침식이 심각한 동해를 찾은 윤도현은 물이 차오르는 수조에서 〈흰수염고래〉를 노래했다. 스페인 기록자 김윤아는 산불로 모든 생명이 메말라버린 거대한 죽음의 땅에서 〈세상의 끝〉을 절규했다.
포인트 오브 노 리턴은 원래 연료 부족으로 돌아올 수 없는 경로상의 위치, 즉 귀환불능지점을 뜻하는 항공 용어다. 물리적으로 되돌릴 수 없거나 위험과 비용 부담 때문에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한다. 티핑 포인트는 갑자기 뒤집혀 변화 속도가 급격해지는 지점이다. 이미 무수한 변화가 축적되어 극히 미세한 변화에도 단숨에 불가역적 상태로 치닫는다. 기후 문제에서는 노 리턴 포인트를 지나 티핑 포인트에 이른 징후가 속출하고 있다. 제때 중요한 결정과 행동을 동반하지 않으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기후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다. 태양에너지와 복사에너지, 해양과 육지의 생태계, 대기 운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면 낮은 땅이 가라앉고 식생이 파괴되며, 이상기후를 넘어 극한기후가 일상화된다. 무엇보다도 기후위기는 지역별·국가별·계층별 불평등을 가속화한다. 일정한 선을 넘어서면 쉽게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포인트 오브 노 리턴〉의 가사에 나오듯, 맹렬한 욕망의 불꽃이 ‘만약’과 ‘언제’를 외면해버린 유령과 크리스틴의 영혼을 삼켜버린 것처럼 말이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하루하루 고투를 거듭하는 삶의 자리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어떻게 지켜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