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 일자리 부족, 사회 노화 등 어두운 시대 반영
2024년 부일 신춘문예 경향
응모작 6개 부문 총 3733편
젊은 층 팍팍한 삶 담겨있어
‘희곡·시나리오’ 당선작 못내
지난 13일 부산일보사에서 진행된 202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심사 장면. 정대현 기자 jhyun@
지난 12일 부산일보사에서 진행된 202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심사 장면. 이재찬 기자 chan@
글은 시대와 삶의 투영이자 한 사회의 거울이다. 202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역시 그랬다.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비롯한 젊은 층의 팍팍한 삶, 가짜뉴스의 횡행, 노화와 노인 문제, 인공지능(AI) 문제와 기후 위기까지 시대와 사회의 다양한 국면을 다룬 작품들이 있었다.
토대적 수준에서 일자리 부족으로 첨예화하는 계급·사회 양극화가 있고, 그것과 연동돼 더 이상 아기를 낳지 않는 인구 소멸 추세와 ‘사회 노화’가 뚜렷해지는 징후가 올해 투고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 암울한 상황 속에서 사회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착란된 출구로서 가짜뉴스도 횡행하는 것이다.
2024 신춘문예에는 6개 부문에 걸쳐 1321명이 3733편을 응모했다. 1411명이 3905편을 응모한 지난해보다 적지 않게 줄어든 편이다. 신춘문예 상금과 관련 있다는 자체 분석이 나왔다. 시와 동화가 크게 줄었고, 희곡·시나리오 시조 소설은 조금 줄었다. 동시와 평론은 조금 늘었다.
단편소설(251명 260편)의 경우, 현대인의 근원적 고독·소외감과 인간 내면 문제를 다룬 작품, 가족사의 고통을 천착한 작품, 현대 물질문명 속에서 인간성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대다수였다. 환경·생태적 인식을 드러내거나 노인·장애인·이주민 등의 문제를 다룬 작품도 많았다. 재미있는 스토리와 신선한 착상을 보여주는 것들이 많았으나 신춘문예에는 그것들을 문학성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예심위원들(소설가 나여경 서정아 신호철)의 지적이 나왔다. 본심(소설가 정찬, 평론가 황국명)에 8편을 올렸는데 그중 2편을 가려낸 뒤 ‘삶의 우연성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시(462명 1846편)의 경우, 어린 시절과 부모·고향을 회상하는 추억담이 많았으며, 일상성이 강화된 반면 정서는 ‘자아’ ‘단독성’에 치중한 작품이 많았다는 심사평(문학평론가 구모룡, 시인 성선경)이 있었다. 추억담은 투고자들의 상향한 연령층을 보여주는 것이자 우리 사회에 노년층이 늘어나는 경향성을 반영한 것이고, ‘자아·단독성 치중’은 ‘밖’이 아니라 ‘안’에 천착한다는 것으로 열리지 않는 사회적 전망의 한 반영이겠다. 소수의 뛰어난 서정 작품도 있었으나, 대체로 수준을 못 넘어서는 작품이 많았다고 한다. 자신의 삶이 녹아있는, 삶을 승화한 작품이 당선작으로 뽑혔다.
시조(109명 429편)의 경우, 다양한 소재에 관심을 보였으나 형식 미달의 작품이 많았다는 평(시조시인 이우걸)이 나왔다. 반면에 사물을 인식하는 철학적 자세가 작품에 녹아있는 작품이 다수 있어 좋았다는 평이었다. 작품을 하나의 호흡으로 장악한 작품이 당선작으로 가려졌다.
아동문학(동화 147명 154편, 동시 209명 892편)에서 동화의 경우(동화작가 배익천), 판타지보다 생활동화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평이었다. AI의 등장이 자연스럽고, 응모자들의 동화에 대한 인식이 고르고 수준도 비교적 높았다는 평이 나왔다. 동시의 경우(동시인 구옥순), 갈수록 동시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수준도 상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는 평이었다. 하지만 각 개인들이 투고한 작품들 수준이 고르지 않아 아쉬웠다는 평도 나왔다. 아이들의 세계가 생동감 있게 출렁이는 동화 작품이 당선작으로 뽑혔다.
평론(35명 35편)의 경우, 장애 퀴어 젠더 정동 신체 포스트휴먼 가족 평등 등 최근의 비평적 관심사들이 투고작에 온전히 반영돼 있었다는 평(평론가 박대현)이 나왔다. 영화평론 19편, 문학평론 15편, 기타 1편으로 지난해 비해 문학평론이 늘었으나 수준은 기대 이하였다. 상대적으로 영화평론 쪽에 읽을 만한 글이 있었다. 당선작도 영화평론에서 나왔다. 향후 부산일보 평론 부문 투고자들은 논리적인 글보다는 소통하는 글에 더 중점을 뒀으면 한다는 당부를 보탤 수 있겠다.
이례적으로 2024년 희곡·시나리오 부문(108명 117명)에서는 당선작을 내지 않았다. 심사(극작가·연출가 김지용) 과정은 이틀에 걸친 숙고였다. 희곡 다섯 작품, 시나리오 두 작품 등 모두 일곱 작품을 두고 고민을 거듭한 이후, 각 작품이 미덕을 갖추었으나 약점도 뚜렷해 당선작을 내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은 “매우 안타깝고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각 부문 당선자에게는 이미 개별 통보를 마쳤고, 당선작은 내년 1월 1일 자 지면에 게재한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