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칼럼] 오늘의 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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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은 공모 칼럼니스트

〈부산일보〉 홈페이지 우측 한 편에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배너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사주나 운세에 큰 흥미를 갖지 않는 편이지만 웬일인지 한번 클릭해 보고 싶었다. 최근 각종 연말 모임에서 ‘내년 운세 보고 왔다’거나, ‘연말 정리 겸 내년 운세는 꼭 봐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 것 같다. 내심 궁금해져서 클릭해 보았는데 아쉽게도 생각했던 말이 쓰여있지 않았다. 운세가 좋다거나 나쁘다는 직관적인 메시지 대신에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필요한 날’이라는 생활 지침 같은 문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싱겁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자꾸 생각났다. 비단 오늘뿐 아니라 매일매일 기억하면 좋을 말 같았다.

누군가는 신년운세로, 누군가는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비는 소원으로, 누군가는 교회나 성당에서 간절히 기도하며 새해를 맞는다. 제각기 모습은 다르지만 마음은 같을 것이다. 2023년 한 해를 살아낸 스스로와 주변인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2024년 새해를 희망차게 열고 싶다는 그 마음 말이다. 새로운 해에 모든 일들이 잘 풀리기를 바라는 바람은 작년 한 해가 쉽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는 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2023년은 모두에게 어려운 한 해이기도 했다.

지난해 많은 사람들 힘겨운 삶 겪어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망 지원해야

정부 역할 감시하는 것 매우 중요

그래서 신문·뉴스 챙겨 보겠다 다짐

총선에서의 권리 행사도 필수적

이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

2023년에는 유독 ‘경제 한파’라는 단어가 많이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예측한 한 해 경제성장률은 1.4%로, 잠재성장률인 2.0%에도 못 미쳤다고 한다. 2023년 성장률이 낮은 대표적인 이유로는 수출 감소도 있고 국제정세의 여파도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등 세계 시장이 침체되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중동 분쟁까지 겹쳤다. 물가가 치솟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렸고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875조 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온갖 경제 지표들이 마이너스를 가리키고 있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 2023년이 마무리된 것이다.

경제 뉴스를 보면, 2024년을 시작으로 한국이 저성장 장기화 기로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만을 말하고 있다. 경제가 얼어붙고 소비가 줄면, 중소기업들의 고용이 둔화하고 소상공인들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결국 서민들의 삶도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어떤 뉴스를 찾아 읽어 봐도 뾰족한 방안은 없다.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버텨나가야 할까. 결국 나아질 때까지 버티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인다.

버티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만, 버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망을 지원해 주는 것은 정치의 몫이기도 하다. 얼어붙은 민생을 챙기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새해 연하장에서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고 민생을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전했다. 기대했던 부산 엑스포 유치가 아쉬운 결과를 맺고 연이은 해외 순방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데 대한 최소한의 방어인 듯하다. 윤 정부의 방향성이 ‘가치와 이념’에서 ‘민생과 현장’으로 변경된 것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행보만을 보여왔는데, 새해에 민생을 챙기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꼭 이뤄졌으면 한다.

그런 정부를 잘 감시하는 게 어려운 시절을 통과하는 국민들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경험담이지만, 힘들수록 어려운 뉴스는 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정말 정부가 민생을 위한 정책들을 내놓는지, 사회의 기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제대로 비판할 수 없고 알맞은 방향성을 제시할 수도 없다. 이는 개인적인 반성이다. 화가 나는 뉴스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고,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순간에도 외면했다. 그게 당장의 나를 편안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로부터 멀어지고 한 명의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올 한 해 동안은 열심히 뉴스를 챙겨 보고, 신문을 읽겠다고 다짐했다. 어렵고 답답하고 화가 나는 뉴스일수록 천천히 여러 번 읽어보려고 한다.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도 꼭 권리를 행사하고, 정부가 민생에 도움이 되는 행보를 보이는지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겠다. 물론 나 한 명 노력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 돌아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한 명의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의 운세’가 내게 말했듯이, 나는 나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그 마음을 내 가족에게로 넓히고, 친구들에게로 넓히고, 우리 동네 과일가게 아주머니와 네일아트 사장님에게도 넓혀서 그들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2024년을 맞이하고 싶다. 그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세상 돌아가는 일을 더 적극적으로 살피고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그게 결국 세상을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일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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