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HMM 매각 과정·인수 자금 계획 미공개” 너도나도 성토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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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토론회 주요 내용은

항만 전문가·소액주주 반응 격앙
선사 운영 방안 불투명 문제점 지적

“졸속 처리 안 돼 절차 연장해야”
팬오션 유상증자 예정 강한 불만
원점서 검토 재입찰 진행 주장도

11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HMM 매각,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11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HMM 매각,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100년의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지 알 수가 없다.”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하림그룹이 선정된 후 노조 반발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노조가 개최한 긴급 토론회에서는 항만 전문가와 소액주주 등이 HMM 졸속 매각을 멈추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HMM 노조는 11일 오후 2시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국민 해운기업 HMM 매각에 대한 대국민 검증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HMM의 양대 노조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육상노조)와 HMM해원연합노동조합(해원노조)이 함께 주최했다.

먼저 해원노조 전정근 위원장이 △HMM 매각의 문제점 △유상증자와 인수금융의 문제점 △올바른 매각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전 위원장은 “하림그룹이 구체적인 HMM 운영 계획과 인수 자금 마련 계획을 공개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하림이 매각 주체로 내세운 팬오션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4600억 원에 불과한 탓에 나머지 인수 자금은 유상증자와 인수금융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팬오션 시총의 1.5배에 달하는 유상증자는 국민연금과 주주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은 배화여대 구교훈 국제무역물류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부산항발전협의회 박인호 대표는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매각을 6개월이라도 연장해야 한다”면서 “이달 말 1차 협상 결과가 나오고 다음 달 5일에 매각 절차가 끝난다. 수조 원의 공적 자금이 들어간 우리나라 1위 선사를 이렇게 졸속으로 매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HMM 매각 과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진 것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육상노조 이기호 지부장은 “채권단은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을 선정한 과정에 대해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세계 해운업계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초우량 국적 선사를 자기 자본 비율이 부족해 대규모 인수금융을 끌어들이는 기업에 팔아치우는 게 정상인가. 대체 매각의 목적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소액주주들도 하림그룹이 HMM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팬오션 유상증자를 예정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HMM소액주주연대 홍이표 대표는 “주주들은 팬오션 유상증자를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시가총액을 훌쩍 넘는 금액을 유상증자한다면 기존 주주들의 피해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해양금융연구소 이재민 소장은 “인수 자금이 모자란 하림이 HMM의 현금성 자산에 눈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다른 글로벌 선사는 코로나 때 벌어들인 돈을 친환경 선박 등 미래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HMM이 보유한 현금이 하림에 흘러 들어가면 우리나라 해운에 큰 문제”라고 말했다.

매각을 중단하고 재입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지부장은 “지금 단계에서 답은 매각 절차 중단뿐”이라면서 “하림그룹을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한 과정, 영구채 처분에 대한 계획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도 “이번 매각은 유찰시키고 원점에서 문제를 해소한 뒤에 재입찰을 진행하는 게 맞다. 채권단이 가진 1조 6800억 원의 영구채를 정리하고 재입찰해 대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HMM 노조는 이날 토론회 결과를 채권단인 해진공과 산업은행에 발송할 계획이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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