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부담스럽다고 주인이 달아나나… 부산시건설본부 ‘반쪽 공청회’ 논란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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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7시 온천5호교 공사 공청회
총선 출마 선언한 백종헌 의원 참석
시건설본부·금정구청 갑작스런 불참
총선 영향 우려 이유·주민들 “황당”

12일 오후 9시께 부산 금정구 장전동 한 아파트 주민들이 부산시건설본부 온천5호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보원 기자 12일 오후 9시께 부산 금정구 장전동 한 아파트 주민들이 부산시건설본부 온천5호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보원 기자

부산 금정구에서 교량 공사로 인한 주민 민원 해결 공청회가 열렸지만 정작 사업을 주관하는 부산시건설본부와 허가권을 가진 금정구청은 불참했다. 총선 출마 국회의원이 참석하는 자리라 우려되는 점이 많다는 것 등이 이유인데, 주민들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12일 부산시건설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금정구 장전동 한 아파트에서 온천5호교 공사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총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백종헌(금정) 국회의원과 윤일현 부산시의원을 비롯해 지역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으나 정작 사업을 주관하는 시건설본부는 물론이고 금정구청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시공사와 감리단이 참석해 사업을 설명했다.

시건설본부는 당초 주민 민원 해결을 위해 공청회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지난 8일 불참 의사를 전했다. 시건설본부 관계자는 “총선 출마 후보가 참석하는 자리이기에 시건설본부의 답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며 “최근에 아파트에서 붙인 현수막에도 총선에 대한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금정구청 역시 공청회 당일 갑작스레 불참 의사를 밝혔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시건설본부 주관 사업이라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 5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한 아파트에 부착된 현수막. 현재는 철거된 상태다. 온천5호교 공사피해 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5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한 아파트에 부착된 현수막. 현재는 철거된 상태다. 온천5호교 공사피해 대책위원회 제공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5일 온천5호교 공사피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공사소음 무시하는 부산시와 금정구청 올해 총선 두고보자’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아파트에 걸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현수막은 금정구청 요청으로 지난 9일 철거됐다.

사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이들이 빠지며 공청회는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주민들은 총선 영향 우려라는 불참 사유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래미안장전 김양수 입주민대표는 “시건설본부장님이 총선을 나가는 것도 아닌데, 백 의원 공청회 참석이 왜 불참 사유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아파트에 게시된 현수막도 정치적 의도 없이 항의하는 의미였으며, 혹시 문제가 될까 색상도 빨간색과 파란색 모두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어떤 영향을 준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시건설본부와 금정구청의 입장을 듣지 못했다. 완충녹지의 소나무를 뽑아 작업장을 짓는 등의 문제가 지적됐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묘연했다. 주민들은 “갑작스런 불참 통보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총선 핑계를 대며 불참한 시건설본부 등에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청회에 참석한 백 의원은 공식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으며, 공청회가 끝난 후 취재진에게 주민들의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22년 3월 시작한 금정구 부곡동 온천5호교 재가설 공사는 2026년 11월 끝날 예정이며, 현재 공정률은 10.3%다. 공사 과정에서 시건설본부는 인근 완충녹지 점용 허가를 신청했고 금정구청은 이를 승인했다. 완충녹지 근처 주민들은 재해 위험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완충녹지는 공해나 재해 우려가 높은 지역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설정한 구역으로 작업장 개설이 불가하다. 시건설본부와 금정구청은 완충녹지에 설치될 시설을 작업장이 아니라 부품을 쌓아두는 적치장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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