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되는 ‘무전공 입학’에도 이과생 강세는 여전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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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주요 대학 정원 늘려
부산대·부경대 등도 시행 검토
이과생 수학 표준점수 높아 ‘유리’
문과생은 상대적 진학 기회 박탈

14일 오전 서울 삼육대학교에서 열린 202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미술 실기고사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삼육대학교에서 열린 202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미술 실기고사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전국 주요 대학들이 확대 시행할 예정인 무전공 입학제도에서도 이과생들의 강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문과·이과 학생들을 통합해 선발하는 학생 수가 늘면서 문과 학생들에게는 위기가, 이과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생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과생 강세 현상은 현 수능 체제가 이어지는 2027학년도 입시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입시전문업체 종로학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최초 합격생 중 대부분이 이과생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는 최종 합격생 중 94.6%가 이과생이었고, 2023학년도에는 그 비율이 100%였다.

자유전공학부에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몰렸다. 2023학년도 입시 당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국어·수학·탐구 백분위 평균 상위 70% 합격선은 98.3점이었다. 이는 인문계열 모집 단위 중 두 번째로 높고, 자연계열에서도 의예과와 치의학과에 이어 세 번째 높은 수준이다.

고려대와 성균관대에서도 2023학년도 입시에서 무전공으로 입학생을 뽑는 자유전공학부와 사회과학계열이 각각 인문계열 평균 합격선 순위 2위와 4위에 올랐다. 무전공 전형인 서강대 사회과학부와 인문학부 역시 대학 내 인문계열 합격 성적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과생들이 무전공 전형에서 강세가 두드러진 것은 현행 통합 수능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학 영역 선택 과목에 따라 표준 점수 유불리가 나타나는 현상이 무전공 전형에도 나타난 것이다.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과목인 ‘미적분’의 표준 점수가 문과생이 응시하는 ‘확률과통계’보다 높은 만큼 자유전공학부 지원자 중 이과생들의 강세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현상은 현행 수능 체제가 이어지는 2027학년도까지 3년 동안 더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주요 국립대와 서울 지역 사립대는 올해 입시부터 의대·치대·약대·사범대 등 자격증 취득이 필요한 학과를 제외한 대학 정원의 20%가량을 무전공 입학 제도로 선발할 예정(부산일보 1월 10일 자 8면 보도)이다. 이들 대학들의 2026학년도 입시의 무전공 입학 정원 비율은 2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현재 123명인 자유전공학부 선발 인원을 올해 입시부터 400명으로 크게 늘린다. 한양대와 동국대도 각각 250명과 200명을 무전공 방식으로 선발한다. 부산에서는 부산대와 부경대, 동아대가 무전공·자유전공 제도 시행과 선발 인원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무전공 입학 정원을 늘린 대학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무전공·자유전공 선발 방식에서 문과·이과 선발 인원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는다면 이과생들에게는 유리하고, 문과생들은 진학 기회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임 대표는 “올해 입시에서 의대 모집 정원 확대 방침에다 무전공 선발 인원까지 늘어나면 이과생들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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