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 칼럼] 해운대 포차촌과 광안리 드론쇼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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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BIFF와 함께한 포차촌 역사 속으로
새해 드론쇼 무산 부산 이미지 타격
관광 콘텐츠 지키고 만드는 일 중요

엑스포 계기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
국제관광도시 새로운 도약의 분기점
부산만의 매력 가꾸고 키워야 할 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1996년 9월 13일 역사적 개막과 함께 하나의 골칫거리에 직면한다. 당시만 해도 영화제 주 무대는 개봉관이 몰려 있던 남포동 극장가였다. 부산시와 중구청은 국내외 유명 영화인들이 몰려들자 남포동 극장가 일대를 BIFF 광장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당시 극장가 골목에 난립해 있던 노점상들이었다. 노점상 철거에 나선 행정 당국과 생존권을 내세운 노점 상인들의 극한 대치가 이어졌다. 수개월에 걸친 대립 끝에 노점상을 양성화하는 대신 노점 개수를 줄이고 정비해 2부제로 운영하는 타협안이 나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남포동 BIFF 광장 포차 골목이었다.

영화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BIFF 광장 포차 골목은 명소가 됐다. 당시 영화제를 대표했던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탁월한 술 실력과 입담으로 밤을 새우며 세계 영화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공간도 포차였다. BIFF를 찾은 해외 영화인들은 그런 포차를 ‘한국형 스트리트 바’라고 부르기도 했다. 부산연구원이 2011년 부산의 10대 히트 상품으로 꼽았던 ‘씨앗호떡’의 탄생도 BIFF 포차 골목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2011년 ‘영화의 전당’이 개관하고 영화제 주 무대가 해운대로 이동하면서 주목받게 된 곳이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이었다. 그렇게 영화제와 포차의 역사가 이어져 온 것이다. 2015년 영화제 기간 배우 탕 웨이가 포차촌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탕 웨이는 “부산 올 때마다 포차촌에 꼭 간다. 부산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0년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부산에 오면 이곳 라면을 꼭 먹어야 한다”는 글과 함께 인증샷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해운대의 명물이 된 포차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해운대구청이 2021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고발된 포차촌에 철거 명령을 내린 것이다. 포차촌은 그동안 바가지요금 등 논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BIFF의 역사를 담고 있는 명소가 사라진다고 하니 아쉽다. 가뜩이나 지역 관광 콘텐츠가 부족한 현실에서 무조건 없애는 것만이 능사인가 싶기도 하다. 당장 주차장이나 공원 활용 이야기가 나와 상상력의 빈곤만 확인하게 된다. 나름 ‘핫플’이었던 민락동 수변공원도 금주 구역 지정 후 마땅한 활성화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포차촌과 달리 새롭게 뜨는 콘텐츠가 광안리 드론쇼다. 2021년 첫선을 보인 ‘광안리 M 드론라이트쇼’는 매주 상설 무대가 열리고 특별 공연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다. 2024년 새해 첫날 선보이려던 ‘광안리 M 드론라이트쇼 2024 카운트다운’에는 경찰 추산 1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그런데 통신 장애로 드론을 띄우지 못해 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 전국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부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새해 첫날을 망치고 발길을 돌리며 부산을 어떻게 기억할까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부산시는 2020년 국제관광도시에 선정된 후 1391억 원의 국·시비를 투입해 다양한 관광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관광도시의 핵심 사업인 ‘세븐브리지 랜드마크 사업’도 광안대교를 제외하고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제대로 된 콘텐츠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는 마당이다. 그만큼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포차촌의 명멸과 드론쇼의 파행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특히 부산 관광이 새로운 분기점을 맞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국제관광도시 선정 후 부산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부산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졌고 코로나 엔데믹에 접어들어 관광 회복세도 두드러진다. 세계적 여행 전문 매거진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2023년 숨이 막히도록 멋진 여행지 25곳’을 발표하면서 아시아 도시에서 유일하게 부산을 선정하기도 했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 실패라는 아픈 경험에도 불구하고 유치 운동 과정에서 부산의 브랜드 가치가 많이 상승한 데 따른 효과로도 분석된다.

부산에 쏠린 관심을 관광의 질적 도약의 계기로 만들어야 할 때다. 이제는 단체 관광 중심의 ‘깃발 관광’ 시대는 지났다. 개별자유관광객(FIT)이 중심이 돼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를 체험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관광객이 시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고 도시의 활력이 되는 ‘관광 시민’의 개념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그러려면 이들이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들이 많아져야 하고 불편을 느끼지 않고 시민의 삶에 동참할 수 있도록 명실상부한 글로벌 자유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부산만의 매력을 고민하고 가꾸고 키워야 할 시점이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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