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엑소더스, 3등부터 6등까지 짐 쌌다
시총 상위 기업 대거 코스피 이전
자금 조달, 주가 안정성 장점
코스닥 2부리그로 전락 우려도
"코스닥 체질 개선 필요" 목소리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 앞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코스닥 대장주들이 모두 코스피로 짐을 싸고 있다. 과거 카카오, 셀트리온 등이 코스닥에서 몸집을 키워 코스피에 둥지를 튼 전례가 있지만 올해는 주요 기업들이 대거 이전을 결정하면서 규모와 파급력이 역대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공동화’로 코스닥이 코스피 2부 리그로 완전히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이번 대규모 ‘엑소더스’를 계기로 코스닥 시장 가치 제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엘앤에프 주권 신규상장 예비심사 결과 상장 규정상 상장요건을 충족해 상장에 적격한 것으로 확정한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엘엔애프는 이르면 1분기 중으로 코스피 이전 절차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엘엔에프가 코스피 이전을 확정지으면서 코스닥 시총 상위 10위 기업 중 3위 , 4위, 5위, 6위가 올해 중 모두 코스닥을 떠난다.
시총 3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과 합병이 이뤄지고 시총 4위인 포스코DX도 이전 상장 절차를 지난해 말 마치고 지난 2일부터 코스피 기업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코스닥 시가총액 6위인 HLB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전 상장을 확정했다. 코스피로 이전하는 4개 기업 시총을 합하면 약 35조 원에 이른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이 426조 원인데 전체 코스닥 시장의 9%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시총 1위, 2위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현재까지는 구체적으로 코스피 이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 급성장을 이룬 만큼 2차전지 개발 자금 확보 등을 위해서도 코스피 이전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코스닥 기업들의 잇따른 이전 상장 배경으로는 크게 패시브 자금 유입과 안정적인 주가 유지가 꼽힌다. 국내외 펀드가 대부분 코스피 200을 기반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을 통해 성장을 꿈꾸는 기업 입장에서는 코스피 입성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이다. 엘앤에프 포스코DX 등은 2차전지 회사인만큼 대규모 미래 시설 투자 등을 위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포스코DX와 엘앤에프는 향후 코스피200 편입 가능성이 높다. 규정상 상장 후 15거래일 동안 평균 시총이 코스피 상위 50위 이내인 경우 코스피200 지수에 특례 편입된다. 코스닥 시총 4위였던 포스코DX는 17일 시총 9조 원으로 전체 42위를 기록했다.
대규모 코스피 이전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공동화 우려가 나온다. 당장 3~6위 기업 4곳이 올해 이전을 확정하게 되면 시총 1위 에코프로와 7위인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의 시총은 각각 27조 7756억 원과 4조 7075억 원으로 6배에 이른다. 투자할 만한 기업을 찾는 투자자들의 코스피 선호 현상이 짙어지게 되면 코스닥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스닥 상장 기업들이 계속 코스피로 빠져나가면 코스닥 시장의 투자자 기반을 위축시키고 국내 모험자본 순환체계의 핵심 인프라로서 위상과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스피 이전이 주가 상승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코스피 이전 소식이 알려지면 주가 상승이 일어나지만 이전 이후에는 이미 고평가가 완료돼 해당 기업의 주가가 ‘몸살’을 앓는 경우도 있다.
부산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 이전 소식에 이미 주가 부양이 일어나고 막상 이전 후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미를 못 보는 경우도 많다”며 “코스닥이 2부리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거래소의 상장 기업 게이트키핑, 코스닥 시장의 투기성 자본에 대한 건전성 회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