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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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근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

지난해 11월 29일 새벽,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선정되었다. 일찍부터 사우디의 우세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정부와 부산시, 유치위원회, 민간기업, 시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2030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접하면서 일말의 가능성을 내심 기대하곤 하였다. 세계박람회기구(BIE) 각국 대표들은 우리 부산보다는 사우디 리야드를 선택했다. 유치전이 막바지로 이어질수록 방송과 언론에서는 2030세계박람회가 부산에 유치될 가능성이 있음을 긍정적으로 보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도 부산이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왜 선택되지 못한 것일까? 사우디 리야드와 부산의 표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 사우디 리야드 119표, 대한민국 부산 29표, 이탈리아 로마 17표가 나왔다. 그 이후 이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는데, 그러한 원인은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로 집약될 수가 있다.

첫째, 부산시가 2014년에 유치 의사를 표명한 이후 민간 차원에서 노력해 오다가 불과 1년 6개월 무렵부터 정부 차원에서 유치단을 구성하고 관련 노력을 추진했는데 비해 사우디는 일찍부터 유치 의사를 밝히면서 BIE 대표 국가들을 대상으로 끊임없는 외교활동을 펼쳤다는 점이다. 둘째, 대한민국 위상에 비해 이렇게 많은 표 차이가 난 이유를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외교라인의 실책으로 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중국, 태평양 도서 국가를 향해 표방했던 지속 가능한 미래보다는 당장 경제적 해결책인 오일머니 공세에 밀렸다는 시각도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부산은 사우디 리야드보다 유치 전략과 교섭에서 한계점이 있었음을 우리 정부와 부산시는 인정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부산의 미래 도약을 위한 새로운 방향으로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을 발표했다. ‘글로벌 허브도시’란 특정한 도시가 국제적인 수준의 유·무형의 네트워크 기반에서 경쟁우위를 지니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허브(Hub)’란 수많은 노드(node)와 링크(link)를 확보하고 시스템 내 노드 간의 연결성을 강화해 중심체 기능을 수행하는 관계성을 일컫는다. 결국 우리 부산이 얼마나 집중성과 연결성을 확보하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쟁우위를 지니고 있는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일찍이 부산은 글로벌 허브도시를 지향하기 위해 물류, 교통, 인구, 고용, 산업, 금융, 의료, 교육, 문화 측면에서 국내 광역시와 비교해 허브지수 순위를 발표(부산연구원, 2010)한 적이 있다. 즉 미래의 중심도시는 네트워크 내부의 연결 측면에서 점에서 선, 선에서 면으로 입체화될 것과 스마트 기반이 될 것이 강조되고 있다. ‘글로벌 허브도시’가 된다는 것은 ‘부산의 미래 도시 비전’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허브도시로 집중성과 연결성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뜻한다.

부산이 동남권 중추도시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제적으로 총체적 혹은 특정한 분야에서 차별적·균형적·상생적인 허브 역할을 수행하면서 도시경제 활성화는 물론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는 행복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미래 비전과 전략·과제를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을 위해 먼저 부산이 동남권 중추도시로서 부울경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공간적, 경제적, 사회적, 가치적 실천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부산다움을 경쟁우위로 이끌 수 있는 글로컬리제이션)의 요소로서 차별적인 관광마이스, 금융, 문화·예술, 스마트 항만·물류, 영화영상, 해양레저 및 융복합 콘텐츠를 디자인해야 한다. 여러 가지를 조금씩 추진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해 한 가지라도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로 자리매김해 부산의 청년이 머물고 세계인이 찾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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